SK하이닉스, 4분기부터 HBM3E 12단 공급 시작…삼성전자도 '공급 대기'
트렌드포스 "내년 HBM3E 12단 비중 40% 이상으로"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HBM 시장의 무게중심이 HBM3(4세대), HBM3E 8단에서 HBM3E 12단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이크론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우리의 HBM3E 12단 제품은 경쟁사의 24GB HBM3E 8단 제품보다 훨씬 낮은 소비전력을 제공한다"며 "현재 HBM3E 12단 샘플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고, 인공지능(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인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AI 칩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거 탑재된다.
무엇보다 HBM이 일반 D램에 비해 가격이 4∼5배 높은 고부가 제품이어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의 주요 고객은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큰 손' 엔비디아다.
앞서 마이크론은 올해 2월 말 HBM3E 8단 양산 소식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H200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H200은 HBM3E(8단)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최신 GPU다.
이처럼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고객사와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이었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론까지 HBM3E 12단에 뛰어들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 업체들의 전장은 HBM3E 12단 시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 주류는 HBM3와 HBM3E 8단이지만, 엔비디아의 후속 제품에서 12단 제품을 대거 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H200의 출하로 올해 HBM3E 소비점유율이 60% 이상으로 높아지고, 향후 엔비디아가 선보일 블랙웰 울트라는 8개의 HBM3E 12단 스택을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에 HBM3E에서 12단 제품 비중이 40% 수준에 이르고,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HBM3E 8단은 물론 12단 제품에서도 SK하이닉스가 당분간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후속 제품인 HBM3E 12단은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 공급을 마쳤으며, 이번 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8단에 이어 12단 제품 인증,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비해)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HBM3E 인증을 완료하고 H200용 HBM3E 8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했다"며 "블랙웰 시리즈에 대한 인증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상대로 HBM3E 8단 제품이 출하를 시작했을 경우 HBM3E 12단 제품의 퀄테스트 통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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