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가족사 공개하며 "부부, 다른 성 허용 필요"…이시바 "亞 집단안보 필요"
비자금 의원 지원받는 다카이치 "신뢰받는 정당"…언론 "아소, 다카이치 지원할수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후보자 9명이 첫 연설을 통해 각자가 중시하는 간판 정책 윤곽을 어느 정도 드러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9명은 전날 오후 당 본부에 한데 모여 각각 10분간 연설했다.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확고한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각각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와 안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연설에서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이혼해 고모 손에 자랐고 올해 처음 생모를 만났다는 가족사를 이례적으로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생모에 대해 "성(姓)도 다르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라고 언급한 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한 인생에 선택지를 넓히겠다"며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에 의욕을 나타냈다.
현재 일본 법률은 부부가 남편이나 부인 성 중 하나만 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 부인이 남편 성을 따른다. 선택적 부부 별성은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제도다.
일본 경제계는 결혼 이후 성을 바꾸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불편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부 별성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강성 보수층은 전통적 가족관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받는 극우 성향 후보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부부 별성에 반대한다.
반면 당내 온건 보수 혹은 개혁 성향으로 평가받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찬성파다.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 연설에서 약 8분 동안 안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전날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미국 동부 해안까지 이를 기술을 아마도 보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킬 것인지 근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아시아에서 집단 안전보장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위대 존재의 헌법 명기, 자위대 대원 처우 개선에 관한 관계 각료회의 구축, 안전보장기본법 제정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재 선거 구도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을 뒤쫓고 있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을 의식해 정치개혁과 당 개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자민당이 신뢰받는 정당이 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정치자금이 공평하게 배분돼 그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추천인 20명 중에는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13명이 포함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이외에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과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경제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고,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방 활성화를 언급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초반 선거전은 여러 조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 우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지통신이 지난 6∼9일 18세 이상 1천170명을 상대로 실시한 개별 면접 방식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 25.5%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 24.2%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택했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8.5%), 고노 디지털상(4.9%),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2.9%),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2.1%) 순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이번 선거 핵심 인물이고,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이들을 쫓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당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파벌을 이끄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파벌 소속인 고노 디지털상이 오는 27일 투표에서 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고노 디지털상 대신 안정적 왕위 계승과 친(親)대만 성향 외교 안보 정책 등에서 인식이 비슷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을 지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소 부총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총리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보여왔고,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해서는 자신이 총리였던 때 퇴진 요구 움직임에 동참해 혐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