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작품 4점 내년 5월까지 메트미술관 외벽에 설치…한국 예술가 최초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한국 예술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미술관 정면 외벽에 작품을 전시한 이불(60) 작가는 12일(현지시간) "공공미술인 점을 고려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품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날 뉴욕 맨해튼 메트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특정한 한 조건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변주를 계획했다"며 이처럼 말했다.
메트미술관은 건물 정면부 외벽에 오목하게 파인 공간(니치) 4곳을 장식하기 위해 매년 현대미술 작가를 선정해 조형 작품 설치를 의뢰해왔다.
미술관은 지난해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인 이 작가에게 미술관 정면 외관에 설치할 조형 작품 4점을 의뢰했다. 메트미술관이 한국 작가에 작품 설치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장소의 특성, 건축양식, 메트라는 미술관의 아이덴티티, 대중이 어떻게 이 작품을 만나게 될지 등을 생각하면서 메트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본 작품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번 공개 작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파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작품과 프랑스 출신 미국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르주아의 그림이 끌렸다면서 "내게는 여러 명의 어머니가 있는데, 부르주아도 내 어머니"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작품의 제목인 '롱 테일 헤일로'(Long Tail Halo)에 대해선 시간, 물질, 정신과 관련한 단어들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 단어가 만나 어떤 작용을 하는지 느끼는 게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조각과 회화, 영상,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사용해 인류의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과 기술 발전의 명암, 분단,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30대 초반이었던 지난 1997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날생선을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장엄한 광채'를 설치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생선이 부패하는 냄새까지 관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게 작품의 의도였지만 미술관은 악취를 이유로 결국 작품 철거해야 했다.
이 작가는 이후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한국관 동시 출품과 특별상 수상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이날 공개된 이 작가의 작품 4점은 내년 5월까지 메트 건물 정면을 장식할 예정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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