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재정부·증권감독위, 벌금 부과·수익 몰수…광저우 지점은 면허 취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이 13일 빚더미에 앉은 자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감사를 담당해온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중국 본토 사무소에 대해 영업 정지 6개월과 800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PwC의 중국 법인인 'PwC 중톈 LLP'에 영업 정지 6개월을 명령했으며, 1억1천600만위안(약 21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금융 규제 당국도 별도 성명을 통해 헝다와 관련한 PwC 중톈의 수익 2천770만위안(약 52억원)을 몰수하고 2억9천700만위안(약 55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벌금과 몰수금을 합하면 4억4천100만위안(약 825억원)"이라며 "중국이 PwC에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했다"고 짚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CSRC)는 PwC 중톈이 2019년과 2020년 헝다의 연간 실적을 감사하면서 이 회사의 사기를 은폐하고 심지어 묵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wC는 법과 선의의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투자자들의 이익을 손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헝다의 부풀려진 2018∼2020년 재무 보고서를 감사한 PwC 중톈의 광저우 지점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증권감독위원회가 지난 3월 헝다에 사기 혐의로 7천억원 대의 벌금 처분을 내린 후 헝다의 회계 관행에서 PwC의 역할에 대해 조사해왔다.
당시 증권감독위원회는 헝다의 2019년과 2020년 연차보고서에 허위 기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41억7천500만위안(약 7천8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PwC는 2009년 헝다 상장 당시 감사업체였으며, 부동산 활황기에 헝다가 엄청난 레버리지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때도 감사를 담당했다.
하지만 PwC는 지난해 1월 감사업무를 그만두면서 헝다의 2021 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PwC는 헝다 외에도 경영난에 빠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비롯해 광저우푸리(R&F)·수낙·스마오 등 다른 부동산업체들의 감사도 맡았으며, 2022년 R&F·수낙·스마오의 감사를 사임한 바 있다.
헝다는 2021년 12월 역외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으며, 홍콩 법원은 지난 1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인 헝다에 대해 청산 명령을 내렸다.
헝다의 부채는 3천억달러(약 399조원) 이상으로 전 세계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PwC는 중국 본토와 별개로 홍콩 당국으로부터도 헝다의 감사와 관련해 조사받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조사에 돌입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상장사 30여곳이 PwC와 손을 끊었다"며 "해당 업체들은 지난해 PwC에 감사비로 8억위안(약 1천497억원) 이상을 지불했다"고 전했다.
이어 "PwC는 지난 7월 중국에서 활동하는 최소 1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며 "그러한 일련의 해고에 앞서 규제 당국의 벌금 위협과 여러 중국 기업 고객이 떨어져 나가면서 PwC 중국 직원들은 불안해했고 이직 기회를 찾아 나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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