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우즈벡 등 상대 '난민 외교'…반이민 정책에 극우 '환영'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난민 문제에 골몰하는 독일이 불법 이민자를 더 빨리 추방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케냐 정부와 이민협약을 체결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보도했다.
독일은 망명 신청이 기각되는 등 자국에 더 이상 체류 자격이 없는 케냐 국적자를 신속히 송환할 방침이다. 반대로 케냐 출신 숙련 노동자는 더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면서 만성적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오는 15일부터 중앙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비슷한 내용의 이민협약을 맺고 키르기스스탄과도 이주민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슈피겔에 따르면 현재 체류 자격 없이 독일에 머무르는 외국인은 약 22만5천명이다. 이 가운데 케냐 국적자는 818명, 우즈베키스탄인은 203명에 불과하다.
독일은 지난해 3월 이민협약 특사를 임명하고 인도·조지아·모로코와 이민협약을 맺었다. 몰도바·콜롬비아·필리핀·가나 등과도 협약을 추진 중이다.
독일이 이민협약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난민을 돌려보내려면 본국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은 송환하지 못한 배경에는 두 나라 정부와 외교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탓도 있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지난달 30일 범죄자 28명을 돌려보내면서는 탈레반과 대화 채널이 있는 카타르 등의 지원을 받았다.
독일은 극우 세력의 득세와 잇따른 난민 흉악범죄로 반이민 정서가 커지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도입한 포용적 난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태세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6∼10일 설문 결과를 보면 독일 시민의 82%는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추방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73%는 국경 통제 또는 폐쇄에 찬성했고 71%는 불법 이민자를 국경에서 곧바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독일 정부는 오는 16일부터 모든 육상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를 걸러내기로 했다. 제1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국경에서 '포괄적 입국 거부'를 3개월간 시범 운영하자고 주장한다.
독일은 주변국 달래기에도 나섰다. 숄츠 총리는 이날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통화하고 국경통제 방침을 설명했다. 또 러시아·벨라루스의 '난민 밀어내기'에 맞서 유럽 외부 국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폴란드는 오스트리아와 함께 독일의 국경통제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 중도·진보 연립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극우 세력은 환호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극우 지도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주 그만'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숄츠 총리님,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었다.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운동가 마르틴 젤너는 "엘리트들(주류 기성 정치권)이 법과 질서로 방향을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과거 극우 세력만 하던 주장에 이제 기성 중도 정당도 완전히 동의한다. 독일은 위험할 만큼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논평했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난민 범죄는 독일 사회에 불안을 증폭하고 있다.
이날은 남동부 도시 호프에서 연방군 장병 상대 공격을 계획한 혐의로 27세 시리아 국적자가 체포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용의자는 가능한 많은 군인을 살해하려고 길이 40㎝짜리 마체테(벌목용 도검) 2개를 준비했다고 바이에른주 검찰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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