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4개월만 10년물도 청약 미달…제도 개편 요구 확대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개인투자용 국채가 도입 4개월 만에 10년물과 20년물 모두 청약이 미달되면서 만기 다양화, 세(稅) 혜택 확대 등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10년물 개인투자용 국채 경쟁률은 0.29대 1, 20년물은 0.33대 1을 기록했다.
10년물 경쟁률은 도입 첫 달인 지난 6월 3.49대 1에서 7월 1.94대 1, 지난달 1.17대 1까지 떨어진 뒤 이달 처음으로 미달됐다.
20년물 경쟁률은 6월 0.76대 1, 7월 0.59대 1, 지난달 0.27대 1에 이어 이달까지 넉 달 연속 청약 미달이다.
시장금리 하락에 개인투자용 국채 금리도 덩달아 떨어져 투자 매력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용 국채 금리는 표면금리(일반 국고채 낙찰 금리)에 정부가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최근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했고 덩달아 표면금리도 떨어진 것이다.
기재부는 가산금리를 높이며 최종 금리 하락 폭을 최소화하고자 했으나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10년물 기준 가산금리는 6월과 7월 0.15%에서 지난달과 이달 0.22%로, 20년물 가산금리는 0.30%에서 0.42%로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해야 혜택이 큰 저축성 상품이라는 특성상 금리 조정으로 당장 투자 수요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지급한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 만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시장에서의 거래가 제한되고, 가입 1년 후 중도 환매만 가능하다.
이 같은 상품 특성상 가산금리가 붙는다는 장점은 만기까지 보유해야만 실감할 수 있어 금리가 투자를 유인할 도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지금은 추후 매매차익을 얻기 위한 채권 투자 수요가 많아 개인투자용 국채의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개인투자용 국채만의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으로 투자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5년물을 도입하는 것이다. 만기가 짧아지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한층 빠르게 볼 수 있게 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개인투자용 국채 흥행을 위해 5년물 도입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기재부는 현재로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후 자산 형성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다른 방법으로는 만기 보유에 따른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개인투자용 국채 만기 보유 시 이자소득은 매입액 2억원 한도 내에서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데, 매입액 한도를 늘리거나 아예 비과세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혜택이 자산가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과세라는 절세 효과를 본다는 것은 이자 소득이 많은 자산가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 정부 입장에서 이들에게 추가적인 세 혜택을 주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며 "정부로서는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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