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까지 허용' vs '12주 이후 금지'…다른 9개주도 주민 투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일부 주(州)에서 오는 11월 낙태권을 주 헌법에 명시하는 안을 두고 주민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두 개의 상반된 법안을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네브래스카주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낙태권을 확대하거나 제한하는 두 개의 관련 법안을 11월 선거 투표용지에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AP 통신 등 현지 매체가 이날 보도했다.
낙태권 확대 또는 금지 법안 1개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 법안이 동시에 투표지에 게재돼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한 개 법안은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을 때까지(24주) 낙태 허용을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 임신 12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네브래스카 주의회는 지난해 강간이나 근친상간,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신 12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여성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는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 권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네브래스카 신생아 전문의 등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권 확대 법안이 태아 생존 시점까지의 낙태권,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 허용, 주(州) 정부의 낙태 규제 권리 여부 등 두 가지 이상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 하나의 법안이나 투표에 한 개의 주제만 다뤄야 한다는 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주 대법원은 "헌법 개정안에 포함된 낙태권 제한 시점, 적용 기준, 정의 등이 각각 하나의 독립된 주제라고 볼 수 없다"며 하나의 법안 안에서 다룰 수 있는 한 개 주제의 일부라고 판결했다.
낙태권 확대 법안을 지지하는 '프로텍트 아워 라이츠' 캠페인의 앨리 베리 매니저는 "낙태 반대 정치인들은 낙태 금지를 법으로 강제한 후 주민들이 자기 신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투표하지 못하도록 침묵시키기 위한 소송을 벌여왔다"며 "이번 판결은 모든 네브래스카 주민을 위한 승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 대선일인 11월 5일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이 두 개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도 열려 그 결과에 따라 한 개의 법안이 헌법에 명시된다.
2022년 6월 미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미국에서 낙태권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주(州)에서는 낙태권을 제한하는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있고, 이에 대해 여성과 진보 성향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낙태권은 이에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브래스카주를 포함해 뉴욕과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바다 등 10개 주가 낙태권을 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놓고 주민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