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보건부 "200명 중태"…"헤즈볼라 최근 도입한 기종"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가 동시에 폭발해 수천 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당국이 밝혔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통신장비를 이용해 공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 대행은 이날 동시다발 폭발로 8명이 숨지고 약 2천750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어린이와 헤즈볼라 무장대원 등이 포함됐다.
보건당국은 대부분 피해자가 손을 다쳤고, 일부는 손과 복부에도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모즈타바 아마니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도 호출기 폭발로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이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호출기가 폭발해 헤즈볼라 대원들이 부상한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파악했다.
폭발한 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몇 달 전 도입한 기종이며 오후 3시45분부터 1시간가량 폭발이 계속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복수의 헤즈볼라 관계자는 AP통신에 대원들이 갖고 있던 호출기의 리튬 배터리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적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장관도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모든 시민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요청했다.
레바논 국영통신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지의 병원들이 헌혈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 측은 폭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날 폭발 사건은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레바논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한 지 하루도 안 돼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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