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공식 채널로 이란에 '긴장 고조 안돼' 입장도 전달
"미 고위 외교 당국자들, 비행 중 뉴스 속보로 접해"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된 레바논의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을 미국 정부가 사전에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으며 미 외교 당국자들은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하고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 사건 당일인 17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미국에 알렸지만, 무엇을 계획하는지 세부 내용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미 CNN 방송이 1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삐삐를 이용한 대담한 공격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군의 합동작전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공격 돌입 몇 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지만,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삐삐 테러로 12명이 사망하고 3천명 가까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다음 날에는 레바논 일부 지역에서 무전기(워키토키) 연쇄 폭발도 일어나 최소 20명이 숨지고 450명이 다친 것으로 현지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CNN에 따르면 삐삐 폭발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에서 이집트로 가는 도중에 발생했으며 당시 미 외교 당국자들이 비행기에서 TV로 이에 관한 실시간 뉴스 속보를 접하고 놀랐다고 한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이 사건들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란에 비공식 대화 채널을 통해 미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 당국자가 CNN에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18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우리는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치 않으며 이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추가적인 군사적 작전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갈란트 장관에게 이란과 헤즈볼라, 다른 이란 동맹들의 위협에 직면해 역내 안보 전개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번 삐삐 테러로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대사도 다쳤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으며 이란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테러는 증오와 혐오를 불러일으킨다"고 동조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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