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아이티 출신 이민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혐오와 편견은 최소한 재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시작 후 6개월가량이 흐른 지난 201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티 사람들은 모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집무실에서 모인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해 국무장관과 국토안보장관 등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경악했다는 것이 NYT의 전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송에서도 아이티와 에이즈를 연결했다.
그는 2021년 10월 자신과 각별한 관계인 언론인 션 해니티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으로 수십만명의 아이티인들이 몰려오는데 아이티는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에이즈에 걸린 채 미국에 오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아이티 난민의 미국 이민을 돕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아이티 사람들을 미국에 데려오려고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아이티를 '거지소굴'(shithole)이라고 규정했다.
NYT는 아이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편견의 뿌리는 1980년대의 경험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20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렸던 에이즈에 대한 미국인의 공포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아이티 출신자들에 대한 편견도 함께 증폭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80년대 초반 동성애자, 혈우병 환자, 마약중독자와 함께 아이티 출신자들을 에이즈 감염에 특별히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해 발표하기도 했다.
CDC는 1985년 아이티 출신자가 특별히 에이즈에 취약하다는 발표 내용을 취소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이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아이티의 에이즈 감염률은 전체 인구의 2%로 미국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선 상당히 낮다는 것이 NYT의 지적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로 이주한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 주민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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