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쿄 자민당 총재선거 유세…환호 속 '반성' 목소리도

입력 2024-09-19 21:15  

[르포] 도쿄 자민당 총재선거 유세…환호 속 '반성' 목소리도
경찰 곳곳에 배치돼 분위기 삼엄…후보자들, 10분간 연설하며 지지 호소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슬비가 내리고 난 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19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전기거리 출구'로 나서니 곳곳에 배치된 경찰 사이로 사람들이 올라서 있는 트럭이 보였다.
전자제품과 만화 캐릭터 모형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즐비한 아키하바라에서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 이유는 이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연설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후임자를 뽑는 이번 선거전은 12일 고시 절차를 통해 시작됐고 27일 국회의원 투표로 마무리된다.
이례적으로 많은 후보자 9명은 이달 14일 나고야를 시작으로 후쿠시마, 가나자와, 나하, 마쓰야마, 오사카 등 각 도시를 돌며 토론회와 연설회에 참여했고 이날 도쿄에서는 처음으로 가두 연설회를 벌였다.



유세 현장은 후보자들이 연설하는 트럭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청중이 에워싸는 형태로 공간이 배치됐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22년 7월 나라시 선거 유세 현장에서 피격으로 사망하고 기시다 총리도 지난해 4월 와카야마시에서 자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던 중 폭발물이 날아오는 일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경찰은 유세 현장에서 경비를 한층 강화했고 이날도 분위기는 삼엄했다.
간이 울타리가 설치된 연설회장 내부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가방을 열어 내부 물품을 보여주고 바지 주머니 등에 금속물이 있는지 한 차례 더 검사받아야 했다.
경찰은 연설회장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통로에 멈춰 서 있어서는 안 된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중이 있는 곳과 연단 간 거리가 너무 먼데다 간판 등으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도 있어서 후보자 얼굴은 아주 작게 보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후보자가 호명될 때마다 환호했고 각 후보자가 하는 10분간의 연설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청중 대다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후보자의 연설을 귀담아들었다.



연설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을 시작으로 고노 다로 디지털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순으로 진행됐다.
가토 전 관방장관은 휴대전화 '아이폰'과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일본인 임금은 변동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표 공약인 소득 증가를 강조했다.
고노 디지털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날 중국 선전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일본인학교 초등학생이 이날 숨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총리가 되면 국민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방위력 강화를 통해 일본 열도를 풍요롭게 해 다음 세대에 물려주겠다고 말했다.



연설회에서 만난 일본 시민들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오랫동안 파벌을 중심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따라 기시다 내각 지지율도 퇴진 위기 수준에서 회복되지 못했다.
지바현에서 왔다는 20대 남성은 "자민당은 반성해야 한다"며 "반성하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60대 여성은 "자민당을 지지해 왔지만 이제 바뀌기를 바란다"며 "새로운 총재가 새로운 자민당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재 선거 출마자들은 20일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열리는 마지막 연설회에 참가한 뒤 22∼24일에는 온라인 토론회에서 대결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당원과 당 소속 국회의원만 참가할 수 있으며 국회의원 표 비중이 당원 표보다 훨씬 크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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