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대공습…베이루트에 '소닉붐' 공포 주입(종합2보)

입력 2024-09-20 09:52   수정 2024-09-20 17:01

이스라엘, 레바논 남부 대공습…베이루트에 '소닉붐' 공포 주입(종합2보)
하마스 토벌 일단락에 북부 위협하는 헤즈볼라에 창끝
접경지 살상무기 선제타격…중동전쟁 확대 우려 증폭
일단 도발차단·보복억제에 방점…"새 국면, 중동전쟁 비화는 아닌듯"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이 이동통신 기기를 이용한 파괴공작에 이어 레바논 내 접경지에 전례없는 공습을 가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연쇄적 공세로 확전 우려가 증폭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분쟁이 가자지구 전쟁의 일부로 관측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자국군 전투기들이 자국 영토를 향해 발사를 준비하던 다중로켓 발사대 약 100대 등을 선제타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군사작전은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군사자산을 표적으로 단행됐다.
이 접경지대는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되풀이 된 곳이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고 이스라엘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반격하면서 보복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날 작전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무선호출기(삐삐), 무전기 수천개가 폭발한 사태 직후에 이뤄진 대규모 공세였다.
레바논 국영 NAA통신은 이날 오후 레바논 남부 전역에 52차례 공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레바논 안보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에 70회 이상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안보 소식통들은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 전쟁 이후 레바논을 겨냥한 가장 강력한 공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습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선언하는 연설 뒤에 단행됐다.
나스랄라는 "호출기 수천개를 터뜨린 이스라엘은 '레드라인'(위반하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기준)을 넘었다"며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나스랄라의 연설이 방영되자 귀청이 떨어질 듯한 '음속 폭음'(일명 소닉붐)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레바논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과는 별개로 억제를 위해 이뤄진 무력시위였던 것으로 관측됐다.
보복을 공언하는 헤즈볼라 지도부에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여줌으로써 공포를 주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NYT는 나스랄라가 보복을 경고했음에도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힘을 분명히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레바논 군사작전은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작전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전쟁 지속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작전의 성격에 대해서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테러 역량과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접경지 데이르카눈 엔나흐르 지역을 대규모로 공습했다고 레바논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단 이스라엘군은 11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이뤄진 하마스 토벌전이 대체로 마무리돼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있는 북부 전선으로 눈을 돌려 위협 제거와 북부 피란민의 귀가를 목표로 공세를 높이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군 지휘부 회의에서 "이는 전쟁의 새로운 국면으로 중요한 기회도 있지만 커다란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쫓기는 기분이 들 것이며, 우리의 군사작전 절차는 계속될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헤즈볼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크게 강화됐으나 이날 이스라엘의 작전을 당장 확전으로 평가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에 따른 즉각적인 사상자 보고는 없었고, 공습 지역 역시 주요 인구 밀집 지역과 레바논 중심부를 모두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확전에는 미치지 못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상황을 '외교적 해결'이 가능한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잠재적인 확전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도 외교적 해결책이 시급하며 "달성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군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파괴 공작과 교전에 따른 긴장 고조를 이유로 들어 군사자산을 따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중해 동부나 중부 사령부의 작전 책임구역(AOR) 내 어떤 군 태세 변화도 추적하고 있지 않다"며 역내 확전 가능성에 따른 태세 변화는 없다는 점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미국은 현재 전쟁이 가자지구 이내에서 이뤄지도록 통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결렬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전날 통화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거의 모든 통화에서 장관은 역내 긴장완화를 강조한다"며 "우리는 역내 분쟁의 더 확대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양측의 충돌이 중동 전면전 국면에 이를지는 두고는 헤즈볼라를 돕는 이란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곧 저항 전선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잔인하고 범죄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국경지대의 이스라엘군 진지를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으로 타격해 이스라엘 군인 가운데 약 1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토메르 케렌 병장, 나엘 프와르시 소령 등 2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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