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망명 곤살레스 "강요에 의한 것, 의미 없는 편지"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7·28 대선 승리를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야권 후보가 스페인에 망명하기 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당선(3선)을 인정하는 취지의 서한에 서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 대선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는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대국민 연설 동영상과 성명을 통해 "저는 베네수엘라 유권자에게 선택받은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라며 "(망명 전) 의미 없는 편지에 서명한 일이 있지만, 이는 마두로 측근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마두로 대선 승리 인정' 취지의 서한에 곤살레스 서명이 담겼다는 내용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공개한 것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나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전날 국영 TV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7월 28일 대선의 당선인이라는 사실을 곤살레스가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곤살레스 서명이 담긴 서한문을 그 증거로 내보였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당시 자신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곤살레스를 만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별도의 사진도 공개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곤살레스는 "강압과 협박으로 매우 긴장된 상황이었다"며 "서명하지 않으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고 마두로 측근들이 겁박했다"고 대국민 연설 동영상에서 설명했다.
그는 해당 서한을 '쓸모없는 문서'라고 잘라 말한 뒤 "변화,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투표한 베네수엘라 유권자의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명 경위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스페인에서는 서명 장소를 놓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곤살레스 후보는 망명 직전 베네수엘라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피신해 있었는데, 마두로 측 주장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회의장과 부통령이 이곳에 찾아와 곤살레스와 면담했다는 뜻이어서다.
남매지간인 베네수엘라 국회의장과 부통령은 둘 다 유럽연합(EU)의 제재 및 입국 금지 대상에 올라 있다. 이는 스페인 대사관 출입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은 해석했다.
스페인 야당 국민당(PP)의 에스테반 곤살레스 폰스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페인 정부가 마두로 권력 유지에 관여한 게 분명하다"라고 힐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곤살레스 서한 서명이나 관련 협상 과정에 "대사관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스페인 대사관 차원에서 곤살레스를 위해 누군가의 방문을 요청한 적도 없으며, 곤살레스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사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은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의회는 이날 곤살레스를 베네수엘라 대선의 합법적 당선인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곤살레스 후보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각각 유럽의회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자국민에게 "우리의 주권적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반정부 투쟁'을 독려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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