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세탁기 등 연간 400만대 생산…"자동화 기반 공정 효율성 제고"
美 포함 미주 수출 허브 자리매김…2년 전 이재용 회장 직접 방문하기도
삼성, 올인원 세탁건조기 테크 세미나도 개최…중남미 기자·인플루언서 큰 관심
(케레타로·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우리나라에서 1만㎞ 넘게 떨어져 있는 멕시코 한복판 케레타로주(州)에는 '꼬레아'(Corea)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다.
'서울', '부산', '군산' 같은 도로명까지 쓰는 이 마을이 어떤 연유로 이역만리 국가명을 동네 이름으로 차용했는지 답을 얻으려면 차로 10분 정도만 달리면 알게된다.
미국·캐나다와의 무역협정(USMCA)을 바탕으로 경제 강국을 꿈꾸는 멕시코에 일찌감치 터 잡은 삼성 케레타로 공장(생산법인·이하 삼성 케레타로)을 만날 수 있어서다.
삼성 케레타로 공장은 2003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12개국 취재진과 전자기기 관련 유명 인플루언서 등 40여명을 대상으로 내부 시설을 공개했다.
한국 언론 중에는 중남미에 유일하게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는 연합뉴스가 이들과 함께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3시간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삼성 케레타로 인근에 가까워지자 별도의 삼성 케레타로 공장 진입로를 안내하는 공공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케레타로 산업단지 내 초입이자 고속도로와 가장 가까운 21만㎡ 부지에 자리한 공장에 들어서니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가 맨 처음 방문객을 맞았다.
신분 확인을 거치고 촬영 방지를 위한 봉인 테이프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붙인 뒤 마주한 작업장 내부 첫인상은 환하게 밝다는 것이었다.
촘촘히 설치한 조명 아래에서 근로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파트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로는 로봇 팔 모양의 고정밀 산업용 로봇이 커다란 부품을 필요한 자리에 옮기거나 빠른 속도로 부속을 조립하면서 공정을 도왔다.
바닥에 노란색으로 표시해둔 안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중간중간 주변 통로에서는 무인 운반 차량 로봇(AGV)이 부품을 실은 채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앞부분에는 센서가 달려 사람과 장애물을 감지해 감속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한다.
부품 위치 조정·자재 식별·색상 분석 등 기능을 수행하는 품질 관리 도구도 볼 수 있었다.
공병진 삼성 케레타로 법인장은 "이곳은 단순한 생산 시설이라기보다는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제조 방식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해 나온 결과물"이라며 "모든 면에서 혁신을 추구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상징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일일 생산 능력 2만여대의 삼성 케레타로에서는 연간 400만대 이상의 생활가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중 20%는 멕시코 시장에서 소화하고, 나머지는 미국을 포함한 미주 대륙으로 팔려 나간다.
수출 물량의 17∼18%가량은 콜롬비아, 페루, 브라질, 칠레, 파나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으로 향하는데, 그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 케레타로에는 3천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중 여성 비율은 40%에 육박하는데, 성별에 관계 없이 근로자 직무 만족도가 높아 케레타로 지방 정부에서 '성평등과 포용에 대한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매일 약 2천800끼의 식사를 내부 식당에서 제공하거나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고 내부 영화관 시설을 활용해 가족 이벤트를 진행하는 점도 최고의 복리후생이라고 현장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22년 추석 연휴를 맞아 삼성 케레타로를 처음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삼성 케레타로 측은 폐기물을 외부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현장의 다양한 공급업체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별도로 멕시코시티에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삼성 측이 생활가전 제품을 대상으로 글로벌 테크 세미나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도 중남미 각국 기자와 인플루언서가 신제품을 체험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취재·홍보 활동을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진행한 조홍상 삼성전자 부사장(중남미 총괄)은 "참석자들이 제품을 구동하는 최첨단 AI 기술을 심도 있게 살피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일상생활을 변화시키고 커넥티드 홈 경험을 재정의하는 방법을 십분 느낄 좋은 기회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멕시코와 콜롬비아에 히트펌프 방식인 비스포크 AI 콤보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중남미 주요 15개국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