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삐삐 동시폭발 관련 긴급회의…유엔 사무차장 "외교해결 여지 남아"
황준국 대사 "개인 통신장비 원격폭탄 악용 전례 없어…국제인도법 준수 촉구"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을 선언한 가운데 양측의 충돌이 훨씬 파괴적인 갈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유엔 고위 관계자의 우려가 나왔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우리는 지금까지 목격한 파괴와 고통을 능가할 수 있는 대규모 분쟁을 보게 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무선호출기 등 동시 폭발과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자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안보리 회원국인 알제리의 요청으로 소집됐다.
이날 보고자로 참석한 디카를로 사무차장은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피하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고 외교적 해결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당사국에 영향력을 가진 회원국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쓰는 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연이어 이튿날에는 헤즈볼라의 무전기들이 폭발했으며, 이틀간 폭발로 최소 37명이 죽고 약 3천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헤즈볼라가 보복 차원에서 로켓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자 이스라엘군은 2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포함한 최소 10명의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통신기기 동시 폭발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모든 당사자가 지역을 파괴적인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번 공격은 수천 개의 개인 통신 장비가 원격 폭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같이 전례 없는 형태의 전쟁에 대해 국제사회가 시급히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무차별적 공격이 국제인도법의 핵심 원칙인 구별, 비례성, 예방의 원칙을 준수했는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모든 당사자에게 국제인도법의 철저한 준수를 주문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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