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결과 관계없이 中 견제 반도체·배터리 정책 유지"

입력 2024-09-23 08:00  

"美, 대선결과 관계없이 中 견제 반도체·배터리 정책 유지"
대한상의·한미협회 산업협력 콘퍼런스
"반도체 패권경쟁 심화…美 '특정분야서 中 화해' 뜻밖 시나리오 가능성도"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IRA 변화 가능성…韓 대응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 없이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압박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는 패권 경쟁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배터리 분야에서는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유지되는 가운데 배터리 보조금과 직결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를 열고 미국 대선 결과가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AI, 양자컴퓨터 등으로 확전될 것"이라며 "특히 AI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에 더해 엔비디아 연합 대 미국 IT·첨단기업 중심의 반(反) 엔비디아 연합의 대결 구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동맹국과 함께 '코콤(COCOM·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 2.0' 같은 첨단기술 수출통제 기구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반도체법(칩스법) 개정으로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중국 압박과 자국 투자 확대 수단이 칩스법상 가드레일 조항과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을 강화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창환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및 연구개발(R&D) 정책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국가 안보와 경제력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는 고용 창출 중심의 반도체 기술에, 해리스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누가 되든 미국의 초격차 반도체 개발을 위해 동맹국 연합을 유지 또는 강화하겠지만, 특정 분야에서 중국과 화해하는 뜻밖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칩렛(Chiplet·하나의 칩에 여러 개 칩을 집적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기술 교류 및 선별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IRA 혜택 축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 기업과 대학의 공동 R&D 추진, 한국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과 미국 벤처자본을 연계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IRA가 후퇴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했던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가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미국의 배터리 정책 기조를 전제로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두 후보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확보, 소재 가공 및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고 미국 공급망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writ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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