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최근 접경지 공세 두고 '힘의 메시지' 분석
북부주민 귀환이 목표…"사령관 암살은 '레드라인 없다' 신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은 최후통첩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와 연대를 선언하고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를 공격해온 헤즈볼라에 이제 그만 물러서지 않으면 전면전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라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군사력과 정보력 우위를 활용해 헤즈볼라에 암묵적인 최후통첩을 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헤즈볼라와 교전으로 피란한 북부 국경지대 주민들을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레바논 접경지대의 주민 5만여명 이상이 잦은 교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데, 이스라엘은 이를 '주권 상실'로 보고 있다.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이런 시도가 막다른 길에 봉착했고 전쟁이 아닌 다른 해결책을 찾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와의 교전은 당초 가자전쟁의 곁가지에 불과했지만,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북부 주민들의 피란 생활도 길어지자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스라엘로서는 뚜렷한 외교적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해진 셈이다.
가자지구에서의 교착상태가 심화하면서 전선에서의 교전이 줄어 북쪽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긴 점도 이스라엘의 전략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니르 바르카트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은 "우리는 북쪽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헤즈볼라가 자발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만큼 우리 앞에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지난주 북부 주민의 귀환을 공식적으로 전쟁 목표에 추가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20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다히예 지역을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을 암살한 것 자체가 헤즈볼라에 더 이상의 '레드라인'은 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지금까지는 비공식적이기는 해도 교전 과정에서 일종의 '레드라인'을 지켜왔지만 이날 공격으로 더는 이런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더 나갈 수도 있다는 경고성 통첩을 날린 것이라는 의미다.
이 당국자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거론하며 "확전을 택한다면 다히예에서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가 전쟁을 택한다면 이스라엘은 수뇌부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최근 며칠간 북부 공군기지를 찾아 힘든 싸움에 대비하라고 주문했고, 그간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 투입했던 정예부대인 98사단을 북부로 재배치했다.
WSJ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셈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헤즈볼라 전문가 카르밋 발렌시는 "더 이상 레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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