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성호르몬·단백질 따라 치료제 효과 다를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알코올 사용 장애(AUD. 알코올 의존증)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과 생화학적 요인이 남성과 여성에서 서로 달라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빅터 카르피악 교수팀은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신경정신약리학회 학술대회(37th ECNP Congress)에서 알코올 의존증 환자 400명에게 치료제 아캄프로세이트(acamprosate)를 투여하며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르피악 교수는 "이 연구는 특정 호르몬 및 화학적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의 남녀 차이가 알코올 의존증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이는 성별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남성과 여성에서 알코올 관련 위험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치료법도 맞춤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이런 차이의 근본이 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중독 재발과 관련된 뇌의 신호전달 물질을 안정시키는 치료제인 아캄프로세이트 연구의 하나로 알코올 의존증 남성 268명과 여성 132명을 대상으로 치료제 투여 전과 3개월간 투여 후 호르몬 및 단백질 지표를 조사했다.
또 3개월 동안 이런 바이오마커들과 우울, 불안, 갈망, 알코올 섭취, 3개월간의 치료 효과 등 심리적 마커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캄프로세이트 투약 전 검사에서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알코올 갈망이 높은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론 에스트라디올 호르몬과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3개월간 치료 후 테스토스테론,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 알부민 수치가 높은 여성은 이런 생화학 지표 수치가 낮은 여성보다 알코올 의존증 재발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남성에서는 이런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카르피악 교수는 "이들 호르몬과 단백질 중 하나가 알코올 의존증을 직접 일으킨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결과는 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며 "이는 남성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 웁살라대 에리카 코마스코 박사는 이 연구에 대해 "성호르몬과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의학에서 성평등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연구는 성호르몬이 알코올 의존증 치료 반응을 조절해 성별에 따라 약리학적 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월경주기 관련 호르몬 변동이 큰 여성의 경우 치료에서 호르몬 역할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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