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별성제'가 발목잡나…日 40대 기수 고이즈미 하락세 뚜렷

입력 2024-09-23 09:43   수정 2024-09-23 09:57

'부부 별성제'가 발목잡나…日 40대 기수 고이즈미 하락세 뚜렷
사실상 총리 뽑는 자민 총재선거 종반전서 상승세 '여자 아베' 다카이치에 밀려
마이니치 "부부별성 추진에 보수층 반발"…닛테레 "이시바-다카이치-고이즈미 順"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자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른바 '3강' 후보 중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상승세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하락세가 각각 뚜렷하다.
40대 초반(43세)으로 사상 최연소 일본 총리를 노리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선거 초반만 해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확고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노선을 추종하며 첫 여성 총리에 도전하는 극우 성향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에 밀려 3위로 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민영방송 니혼테레비(닛테레)는 지난 20∼21일 자민당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라고 밝힌 1천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재 선거 설문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지율 31%로 1위를 차지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28%로 2위였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4%로 3위에 그쳤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27일 치러지는 당 소속 국회의원 투표와 26일 마감되는 당원·당우 투표를 합산해 1차 결과를 낸다. 국회의원이 1표씩 행사한 368표에 당원·당우 약 105만 명 투표를 의원 표와 동수인 368표로 환산해 더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은 국회의원 368표, 지방 조직 47표를 더하는 방식이어서 국회의원 표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다.
닛테레는 이번 조사 결과를 당원·당우 368표로 환산할 경우 이시바 전 간사장 121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110표, 고이즈미 전 환경상 54표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후보별 자민당 국회의원 지지 의원 수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50명대 중반, 이시바 전 간사장이 30명대 후반,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30명대 초반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과를 자민당 총재 선거 방식대로 적용해 계산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약 160표이고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140여 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약 110표가 된다고 닛테레는 보도했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차에서 낙선하고 결선 투표에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진출하게 된다.
다만 닛테레는 "자민당 의원 45명 정도는 아직 (지지 후보에 대한) 태도가 명확하지 않다"며 "판세가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상승세와 고이즈미 전 환경상 하락세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사회조사연구센터가 지난 21일 18세 이상 2천4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를 골라 달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26%가 이시바 전 간사장을 택했다.
이 조사에서도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응답률 17%로 2위였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4%로 3위에 머물렀다.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 ANN이 이달 21∼22일 1천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자민당 총재 선호도 설문조사에서도 1위는 응답자 31%가 택한 이시바 전 간사장이었다.
이어 고이즈미 전 환경상(20%),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15%) 순이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지율이 전달보다 3%포인트(p) 하락했지만,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6%p 상승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4%p 올랐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 지지세가 꺾인 이유와 관련해 마이니치는 그가 1년 이내에 부부 별성 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이 제도에 반대하는 보수층 반발을 불러왔다고 짚었다.
일본 법률은 부부가 남편이나 부인 성(姓) 중 하나만 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 부인이 남편 성을 따른다. 선택적 부부 별성은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제도다.
반면 '강한 일본'을 외치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대립각을 세우는 전략을 통해 보수층 지지를 흡수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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