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SKIET R&D센터…분리막 내열성·강도 향상 연구개발 주력
기술 특허 309건, 내년 북미 진출 계획…"공급 확대 노력"
(대전=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지난 6월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와 지난 8월 차량 87대가 불 탄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에 올랐다.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은 전극 간 물리적 접촉을 차단해 배터리 화재를 일차적으로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분리막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는 분리막의 안전성을 높여 화재를 예방하는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일 분리막의 내열성과 강도를 향상시키는 연구에 한창인 SKIET의 대전 R&D센터를 찾았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광택이 나는 필름 형태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양쪽으로 잡아당겨도 늘어날 뿐 잘 찢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파우더 형태의 원료를 압출기에서 원단 형태로 만든 다음 상하좌우로 늘리고 줄이는 연신 공정을 거친다. 분리막의 두께, 강도, 투과도, 기공의 크기와 분포를 조절하는 과정이다.
이후 추출 공정을 통해 원단의 미세한 오일을 제거하고 미세다공성 기공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여기까지 마치면 분리막 원단은 기름종이를 연상케 하는 얇은 필름으로 만들어진다.
이어 열 고정 공정을 거치면 바스락 소리를 내는 반투명 필름에서 광택이 나는 질긴 분리막으로 바뀐다. 여기에 미세한 돌가루를 뿌리는 세라믹 코팅 분리막(CCS) 기술을 통해 기공이 막히거나 출력이 저하되는 문제를 방지한다.
SKIET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 기준 이상을 목표로 연구개발한 결과 지금까지 자체 개발해 출원한 특허, 실용신안이 총 309건"이라며 "매년 두 자릿수의 특허를 국내외에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평가가 진행 중인 고내열성 분리막은 섭씨 350도 고온에서도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 분리막의 내열 한계가 160도인 데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내열성을 갖췄다고 SKIET 측은 설명했다.
기존 제품 대비 약 20% 강도를 높인 초고강도 분리막도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평가를 진행 중이다. 강한 충격으로 분리막이 손상돼 배터리가 폭발,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배터리 온도가 특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자동으로 분리막의 기공이 막혀 리튬이온의 흐름이 멈추는 셧다운 온도 저감 분리막도 개발을 마치고 시장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해액 분해 저감 분리막, 전지 가스 발생 저감 분리막 등 화학적 안전성을 강화한 소재를 개발해 분리막에 적용했다.
특히 고가의 부재료나 후공정 없이 기존 공정을 활용한 기술력으로 제조 원가를 유지한 채 안전성과 성능을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띄었다.
SKIET 관계자는 "경쟁업체 대비 높은 기술력과 합리적인 원가 구조 구축이 차별화 전략"이라며 "고객의 모든 요구사항을 반영해 합리적인 가격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SKIET는 차세대 배터리 분리막 연구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신규 개발한 무코팅 분리막은 세라믹 코팅이 없는 단일 분리막으로,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130도 온도에서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아 안전성을 갖췄다.
또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 두께에 150도 고온에서 수축 발생이 없는 초박막 고내열 분리막도 개발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분리막 두께가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한 제품으로, 향후 신규 수주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다.
화재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일명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나 반고체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분리막도 개발 중이다.
SKIET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수혜를 기대하고 내년 초 북미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데 이어 2028년께 북미에서 분리막을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증설 계획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
김진웅 SKIET R&D센터장은 "고객사의 요구 수준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우수한 제품 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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