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선 하원의장·척 슈머 민주 상원 원내대표 합의
'셧다운 불사' 트럼프 요구 '투표 등록시 시민권 등록' 법안 빠져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 의회 여야 지도부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코앞으로 다가온 '셧다운'(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 상황을 피하기 위한 임시예산안(CR)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NBC 방송과 AFP 등 외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연방 정부 예산안을 기존 수준에 준해 3개월간 연장하는 임시예산 합의안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매년 10월 1일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해당일 0시까지 새로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필수 불가결한 일부 활동을 제외하고 정부의 업무가 전면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올해 미국 경제에 직격탄이나 다름없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 18일 하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6개월짜리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당 내부 반대로 부결 사태에 직면했다.
해당 예산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내 강경파들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투표 등록 시 시민권을 증명하도록 하는 이른바 '세이브 법'이 포함됐다.
2020년 '대선 사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셧다운을 불사해서라도 투표 요건 강화를 위한 해당 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해 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6개월짜리 공화당 표 임시 예산에 전체 211명 가운데 3명을 빼고 모조리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예산안 기한 등을 놓고 내부 조율에 실패해 220명 가운데 14명이 반대했다.
셧다운을 불과 일주일여 남기고 도출한 양당의 합의안에는 '세이브 법' 관련 내용은 일절 반영되지 않았고, 대선 등 국가적 특별 행사를 위해 비밀경호국(SS)에 2억3천1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이 새로 포함됐다.
하원 운영위는 23일부터 합의안 심사에 착수, 이르면 25일 본회의 안건으로 부의할 예정이다.
존슨 의장은 서한을 통해 "합의안은 극히 긴요한 필수 예산을 연장하는 데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 누구도 이 같은 해법을 선호하지 않지만, 대선을 40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셧다운만은 피해야 하는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별도 성명을 통해 초당적인 임시 예산 합의에 이르러 기쁘다면서도 "이미 2주 전에 같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며 공화당을 규탄했다.
양당 지도부가 일단 합의에 이르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강경파가 '셧다운 불사'를 외치는 상황에서 임시예산이 실제 의회 문턱을 넘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만약 세이브 법안이 그 내용 그대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공화당은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든 임시예산안에 동의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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