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노사협상 결렬 이후 교착 이어져…인플레 자극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다음 달부터 미국 30여개 항만 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물가 상승과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항만 노동조합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기존 노사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30일까지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와 새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조원 2만5천명이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뉴욕·휴스턴·마이애미 등을 포함해 동북부 메인주에서 서부 텍사스 사이의 항만들에 적용되며, 미국 전체 항만 물동량의 약 41%가 영향을 받는다.
ILA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6월 항만운영사인 APM 터미널과 그 모회사인 해운사 머스크가 자동화 기술을 통해 항만에서 트럭을 배치·운용하는 식으로 노동자 의존도를 줄이고 있음을 발견하고 노사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2022년 철도 화물노조 파업 우려 때처럼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할 것으로 봐왔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항만 노조가 행동에 나서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노조는 민주당의 주요 지지 세력이며, ILA 지도부는 정부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77개 무역그룹은 지난주 공동 성명을 통해 파업 시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고, 바이든 대통령 측에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브랜드협회(CBA) 관계자는 "우리는 모두 파업을 원하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주요 해상무역로인 홍해에서 후티(친이란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가뜩이나 물류비용이 커진 가운데, 이번 파업이 현실화 시 공급망 혼란으로 수출입 및 보관·수송 비용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내 마지막 대규모 항만 파업이었던 2002년 당시 서부 항만들이 11일간 운영을 멈추면서 하루에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하고 6개월간 물류 지연 여파가 이어진 바 있다.
USMX는 노사협상 결렬에 실망감을 표하면서, 현 교착 국면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협상 재개이며 언제든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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