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KOREA·KADEX 일주일 간격 개최…업체 부담 가중
'K-방산'에도 악영향 우려…"내년엔 통합 개최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국내 유일의 지상무기 방위산업 전시회 'DX KOREA'가 올해 결국 둘로 쪼개져 열리게 됐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민간 전시업체인 디펜스엑스포(IDK)가 주도하는 'DX KOREA 2024'가 오는 25∼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육군 예비역 단체인 육군협회 주최 'KADEX 2024'는 내달 2∼6일 계룡대 활주로에서 개최된다.
국내 지상무기 전시회는 DX KOREA라는 명칭으로 2012년부터 격년제로 2022년까지 다섯 차례 개최됐다. 그러나 행사를 공동 개최했던 육군협회(주최)와 디펜스엑스포(주관)가 갈등 끝에 갈라서면서 올해부터 따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참가비를 내고 전시 부스를 마련해야 하는 방산기업의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순풍을 타는 'K-방산'에도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초기에 육군협회 손을 들어줬다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육군협회·디펜스엑스포, 전시회 주도권 놓고 갈등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는 2012년부터 각각 주최·주관으로 DX KOREA를 다섯 차례 개최했지만, 회계처리상 신뢰 문제와 전시회 수익금 배분, 전시회 주도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디펜스엑스포가 육군협회에 제출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DX KOREA는 1∼4회까지는 적자를 내다가 5회째인 2022년에 10억원 가까이 흑자를 냈다.
육군협회는 디펜스엑스포가 전시회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등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한 반면, 디펜스엑스포는 전시회가 어렵사리 흑자로 돌아서자 육군협회가 자사를 몰아내기 위해 모함을 한다고 반발했다.
양측은 소송전을 벌이면서 화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급기야 각각 전시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DX KOREA 명칭은 2021년에 상표권을 등록해둔 디펜스엑스포가 계속 쓰게 됐다. 육군협회는 DX KOREA라는 명칭은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의 공동 소유인데 일방적으로 상표권 등록을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KADEX라는 새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1∼5회 DX KOREA가 열린 전시장인 일산 킨텍스에는 양측이 모두 전시장 대여 신청을 했는데, 기존 전시회가 우선이라는 킨텍스의 내부 규정에 따라 DX KOREA가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육군협회는 육군본부와 인접한 계룡대 활주로에서 KADEX를 열기로 결정했다.
◇ 군 당국, 뒤늦게 중재 나섰지만…갈등 봉합 실패
육군협회는 개최 장소와 전시회 명칭을 디펜스엑스포에 빼앗겼지만,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육군본부의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은 디펜스엑스포보다 먼저 얻어냈다.
작년 12월 국방부가 KADEX 후원을 결정하자, 방사청과 육군본부도 이어서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군 당국이 KADEX 후원을 결정한 것은 기존 지상무기 전시회(DX KOREA 명칭)가 육군협회 주최로 열렸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디펜스엑스포가 포기하지 않고 DX KOREA 개최 의지를 계속 표명하자, 군 당국은 올해 3월께 뒤늦게 통합 전시회 개최를 위해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 사이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11월부터 국방부에 후원 명칭 사용 승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디펜스엑스포 측의 고충 민원에 대해 올해 4월 29일 DX KOREA 후원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통보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결국 국방부는 지난 7월 4일 DX KOREA에도 국방부 후원 명칭을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했고, 이어서 방사청과 육군본부도 DX KOREA 후원을 결정했다.
◇ "정부가 미리 중재에 나섰어야…내후년엔 통합 기대"
군 당국이 먼저 후원을 결정한 KADEX에는 약 500개 국내외 방산기업이 참가하고, DX KOREA에 해외 업체 28개사를 포함해 총 178개사가 참여한다.
대형 방산업체는 대체로 KADEX에 참가하고, DX KOREA에는 주로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업체는 두 전시회에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전시회 개최 비용은 업체가 내는 부스 참가비로 충당되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지상무기 전시회가 두 차례나 열려 기업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게다가 올해 9∼10월에는 해외 방산 전시회도 많이 열리기 때문에 국내 지상무기 전시회가 쪼개진 것을 놓고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군 당국이 지상무기 전시회를 통합 개최하지 않으면 양측 모두 후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면 육군협회와 디펜스엑스포가 어떻게든 타협했겠지만, 초기에 육군협회의 손을 들어줬다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무기 전시회가 둘로 쪼개진 것은 해외에서 보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K-방산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내후년에 지상무기 전시회가 다시 열릴 때는 정부가 미리 중재에 나서 통합 전시회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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