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개시 단계서 대응 첫 사례"…'전기차 관세'에 보복 판단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3일(현지시간) 중국의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분쟁제기 절차에 착수했다.
EU가 정식 제소를 염두에 둔 WTO 분쟁제기 절차에 착수하면서 양측 간 무역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WTO에 '협의 요청'(consultation request) 개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협의 요청은 WTO 분쟁해결 절차의 가장 첫 단계이자 정식 제소 전 단계로, 분쟁 당사국 간 양자 협의를 통해 조정안을 찾아보는 과정이다.
당사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는 패널 구성 등 WTO 개입을 요청하는 정식 제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WTO 협의 요청은 중국이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지 불과 한 달만이다.
EU는 "조사 초기 단계에서 (WTO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결정한 첫 사례"라며 "중국이 단기간 내 근거 없는 혐의와 불충분한 증거로 무역 방어 조처를 사용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무역 방어 수단을 남용하는 행위로부터 EU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이번 유제품 조사가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무역 조치라고 판단해 대응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1일 EU에서 수입된 유제품이 부당한 보조금으로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며 상계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발표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확정관세 부과 계획 초안을 중국측에 통보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EU는 "EU의 공동농업정책(CAP)에 따른 유제품 보조금 제도는 국제 규범에 완전히 부합하며 중국의 낙농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EU는 과잉 보조금을 받은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기존 일반 관세 10%에 최대 36.3%포인트의 확정적 상계관세를 5년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회원국 투표 가결 시 내달 30일께부터 시행된다.
이에 중국은 지난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고위급 협상을 벌이는 등 관세 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앞서 1월과 6월에는 각각 EU산 브랜디와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EU는 잇단 조처가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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