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전쟁 포로 등에 대한 러시아의 인권침해를 조사해온 유엔 전문가들이 러시아 측의 수감자 고문이 매우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됐다고 밝혔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 독립 국제조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위원회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 조사와 피해자·목격자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 중 벌어진 인권침해 현황을 조사했다.
이미 앞선 보고서에서 교전 중 벌어진 러시아군의 각종 집단 학살과 민간인 강제실종, 학대 및 포로 고문 등에 대해 발표한 바 있는 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지와 러시아 본토 내 수감시설 등에서 벌어진 고문 행위를 추가 조사했다.
위원회는 "러시아가 민간인과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고문을 자행한 장소는 지리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러시아 본토의 구금시설과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대형 교도소에서 고문 관행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을 구금한 모든 시설에서 러시아 당국이 파견한 '특정 전문 인력'이 고문에 관여했다는 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보고서는 "열흘 연속으로 고문을 당한 한 민간인 남성은 '고문 가해자들은 모든 일을 조용하면서도 매우 전문적으로 하고 있으며 여러 피해자에게 공통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위원회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거의 모든 구금시설에서 고문의 한 형태로 남성 수용자에 대한 반복적인 성폭력이 벌어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고문 관행은 대부분 구금시설에서 조직적이고 일관되게 퍼져 있었고 많은 피해자는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가해자 파악과 책임 규명,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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