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물부족·메콩강 환경파괴·中군함 이동로 비판에다 사업성까지 도마에
3억달러 추가 비용 가능성…'국가부도' 스리랑카·라오스 기시감에 中 시름 커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캄보디아 운하 공사가 베트남과 미국 그리고 환경론자의 거센 반발을 사는 가운데 자금줄인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공격도 큰 부담이지만, 운하 사업성조차도 그다지 밝지 않아 중국 시름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단 사업비로 17억달러(약 2조2천700억원)를 대기로 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그 금액이 20억달러(약 2조6천700억원)로 부풀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180㎞ 떨어진 타이만까지 연결하는 이른바 푸난 테코 운하 건설 공사는 지난 8월 5일 기공식 후 개시됐다. 기공식은 '38년 집권'을 끝낸 훈 센 전 총리 아들인 훈 마넷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폭 100m, 깊이 5.4m 운하 전 구간에 댐 3개와 교량 11개, 보도 208㎞를 건설하는 4년 일정의 대형사업으로, 이를 통해 건기 때 최대 3천t, 우기 때 최대 5천t 화물선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사업 골자다.
외견상 캄보디아 정부는 이 공사의 51% 지분을 확보했으나, 공사비 17억달러 전액이 일대일로 자금으로 집행되며 중국 국영기업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건설해 40∼50년간 운영하다가 캄보디아 정부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와 CRBC는 작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 포럼을 계기로 이 같은 내용으로 운하 건설 사업에 합의했다.
항만·도로 인프라 부족으로 전체 수출입 물량 33%를 베트남 호찌민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캄보디아로선 운하 건설이 절실한 처지다.
이를 통한 운송비 절약은 물론 2028년 운하 개통까지 가져오게 될 500만명 일자리 창출을 캄보디아 정부가 마다할 리 없다. 더욱이 중국이 자본을 모두 댄다고 하니 캄보디아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SCMP는 기공식에서 훈 마넷 총리가 "역사적인 사업"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운하 공사를 두고 "우리의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라고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정부는 운하 운영 첫해에 8천800만달러(약 1천170억원) 수입을 예상하고, 2050년이 되면 그 금액이 5억7천만달러(약 7천610억원)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운하 공사 개시 이후 외부 반발이 본격화하면서 캄보디아는 물론 중국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선 베트남은 중국에서 발원해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를 거쳐 자국으로 흘러내리는 메콩강 지류 성격의 푸난 테코 운하 건설로 메콩강 수량이 급감해 건기에는 물 부족, 우기에는 홍수가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캄보디아에 운하 건설과 관련한 공동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한다.
이에 캄보디아는 반대하고 있으나, 여차하면 베트남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캄보디아 운하 건설에 따른 수량 변화로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고인 메콩강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운하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국제사회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베트남과 미국은 캄보디아 대운하가 중국 군함 이동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변국들과의 외교·안보·군사·정치적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이 캄보디아 운하 건설로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본다고 SCMP는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라이언 에일러는 "푸난 테코 운하 건설은 중국의 전형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라고 진단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이 캄보디아 서남부 레암에 해군기지를 짓고 대함 미사일·헬기 착륙장·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1천300t급 초계함 2척을 정박시켜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운하가 개통되면 중국이 군 기지 추가 건설의 기회로 삼고 군함 이동로로 쓸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파상 공세에 캄보디아는 "대운하 건설은 중국 일대일로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캄보디아가 100% 주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공사비 전액이 일대일로 사업 자금으로 지원되는 데도 거짓 해명을 해서라도 중국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중국은 캄보디아 운하 건설로 경제·안보·군사적 이득이라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주변국과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는 '저강도 대응'을 하는 모양새다. 배신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친중' 캄보디아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신 실리를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중국은 푸난 테코 운하 사업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캄보디아 정부가 연평균 8.1% 성장률을 전제로 운하 건설 이익금을 계산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며, 이 때문에 중국 걱정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이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일대일로 사업 기금의 이자율은 5∼10% 수준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캄보디아 경제 성장률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캄보디아가 운하 건설 비용 이자를 갚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부닥쳐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은 이미 스리랑카와 라오스 인프라 건설에 자금을 대거 투자했으나, 두 나라 모두 심각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캄보디아가 그 뒤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SCMP는 "중국의 무역 경로를 재편하고 지정학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푸난 테코 운하 공사가 중국의 해외 프로젝트 파트너십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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