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밧화 급등에 수출·관광 타격 우려…금리인하 요구 커져

입력 2024-09-24 12:07  

태국 밧화 급등에 수출·관광 타격 우려…금리인하 요구 커져
정부·재계, 기준금리 인하 압박…중앙은행, 동결 입장 고수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통화 가치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해 수출·관광 산업 타격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태국중앙은행(BOT)이 독립성을 강조하며 버티고 있어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24일 방콕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달러 대비 밧화 환율은 전날 32.86밧까지 떨어져(밧화 가치 상승)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밧화 가치는 3분기 들어 약 10% 급등해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밧화 상승세는 동남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해도 거세다.
태국 산업계는 수출과 관광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태국상공회의소(TCC)와 태국무역위원회, 주요 민간 협회는 전날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에 밧화 가치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급격한 밧화 강세로 민간 부문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농산물 등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광객 구매력을 감소시켜 쇼핑과 숙박 등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도 중앙은행에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세타 타위신 총리는 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BOT은 이를 거부하고 금리를 동결해오면서 갈등이 지속됐다.
그러자 세타 총리가 지난달 헌법재판소 해임 결정으로 물러난 이후 새로 출범한 패통탄 친나왓 총리 내각도 BOT 압박에 나섰다.
피차이 나립타판 상무부 장관은 지난주 "BOT의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너무 느리다"라며 "BOT은 태국 경제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피차이 춘하와치라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도 "기준금리를 글로벌 금리 추세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BOT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덟 차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0.50%에서 2.50%로 상승해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BOT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세타풋 수티왓나루에풋 BOT 총재는 20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고 태국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 금리 인하가 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는 단기 성장을 촉발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부채 증가, 투기 등의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통화 정책 수립에 있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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