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vs "1대주주 지분 확대"…연일 자료·회견 '여론전'
내달 4일 공개매수종료일 '결판'…누가 이겨도 '승자의 저주' 부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 모두 매일 상대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을 이어가며 각자 경영권 인수·방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물밑에서는 지분 확보를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결국 '누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결국 '쩐의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울러 지분 경쟁이 과열되면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이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경영권 인수 vs 방어 '총력전'…정당성 놓고 양보 없는 여론전
2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약 7∼14.6%를 다음 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본격 점화됐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지난 75년간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오며 동업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분쟁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됐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추진 이유에 대해 고려아연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22년 최윤범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정상적 의사 결정을 통해 무분별한 투자를 단행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게 MBK 주장이다.
MBK는 완전 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투자한 이그니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대표가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여행상품 플랫폼 기업 타이드스퀘어 등을 예로 들며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의 38개 투자사 중 30개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자기 회사 경영도 제대로 못 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풍이 사업 부진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인원 감축을 진행하는 등 "경영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MBK에 대해서는 "우리의 기술과 미래,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직 돈뿐"이라며 "절대 이런 약탈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고려아연 "적대적 M&A" vs 영풍 "1대주주 지분 확대"
고려아연은 이번 지분 공개 매입을 "약탈적·적대적 M&A"로 규정하며 영풍·MBK를 비판하고 있다.
동업 관계에 따라 최씨 일가의 최윤범 회장이 건실하게 회사 경영을 해가고 있는데,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사모펀드와 손잡고 인수를 시도하고 있으니 명백한 적대적 M&A라는 것이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전원도 지난 21일 입장문에서 "비철금속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이차전지 배터리 공급망의 원소재 핵심 기업인 고려아연을 노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영풍은 자신이 엄연한 1대주주인 고려아연의 경영을 최씨 일가에 맡겨 놨더니, 최씨 일가가 영향력을 확대하며 1대주주를 몰아내려 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이 회사를 사적으로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도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이 한화, 현대차 등과 신주 발행, 지분 교환을 진행하는 데 반대했지만, 전혀 얘길 듣지 않았다"면서 최 회장이 합의 없이 지분 교환 등 경영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았음을 직접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후 MBK가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MBK는 "중국 매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고려아연 측은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맞서고 있다.
◇ '쩐의 전쟁' 10월 4일 결판…누가 승리해도 '후폭풍' 부담 커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다음 달 4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 종료 이후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MBK 측이 공개매수신고서를 정정해 매수 가격을 조정해 당국에 제출하면 그날부터 10일이 경과한 날로 종료일이 뒤로 밀린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33.99%, 영풍 장 고문 측이 33.13%로 비슷하다.
영풍과 MBK는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고려아연 주가가 70만원을 오르내리며 제시한 매입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상향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공개 매수가가 시세보다 낮으면 실패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보다 늦게 가격을 조정하면 최 회장 측에 대응할 시간을 만들어주게 돼서 고민이다.
공개매수가를 올리는 것 역시 인수 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최 회장 측도 그동안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1조원 안팎을 투입해 MBK 측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는 등 역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의 공세는 MBK 측의 공개 매수 종료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지분 확보 경쟁 과열로 높은 금리와 수익률을 약속해 자금을 끌어오게 되면 누가 이번 싸움에서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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