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시민단체, 신청 요건 10년서 단축 추진…내년 봄 투표 전망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가 내년 상반기에 국적법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제2야당인 오성운동(M5S)의 리카르도 마지 대표는 국적법 개정 국민투표에 필요한 50만명의 서명을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 국민투표를 하려면 우선 최소 50만명 이상의 시민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후 서명의 유효성에 대한 대법원의 확인을 거쳐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마지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내년 2월에 국민투표를 승인하면 봄에 국민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성운동을 비롯해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추진하는 국적법 개정안은 시민권 신청에 필요한 10년 거주 요건을 5년으로 단축하고, 이 제도의 수혜자가 자녀에게 새로운 국적을 곧바로 물려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집권 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과 동맹(Lega)이 국적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오성운동 등은 의회를 우회해 곧바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자 한다.
국적법이 이렇게 개정된다면 약 250만명의 외국인이 이탈리아 시민권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의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외국인을 유치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지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주민이 인구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이탈리아에서 국적법 개정은 해묵은 과제다. 새 의회가 들어설 때마다 자국 태생 이주민 자녀의 시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사장되는 일이 반복됐다. 우파 정당들의 반대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아프리카계 공격수 파올라 에고누 등 다인종·다민족 선수로 구성된 여자배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 더 개방적인 방향으로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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