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인간방패' 쓴다며 주민대피 경고 뒤 의심지 폭격
레바논 남부 수천명 피란…무차별 공세에 사망자 564명까지 증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의 명분으로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민가에 미사일을 대량으로 숨겨놨다는 정황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24일(현지시간) 게시했다.
이 동영상에서 이스라엘군은 "순항미사일은 어디 있을까. 레바논에서 그 정답은 레바논 민간인의 집 안"이라고 지적했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지배하면서 민간인들에게 돈을 주고 로켓, 로켓 발사대, 자폭 무인기, 순항미사일을 주택 내부에 보관하도록 하는 고전적 전략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들 무기 주변에 인간방패를 세움으로써 이스라엘의 제지를 받지 않고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의 인간방패 전술에 맞서 안보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이스라엘군의 변론도 뒤따랐다.
이스라엘군은 동영상에서 "레바논 남부 민간인들에게 위험지역을 떠나라고 촉구했고 그들은 대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가를 비롯한 레바논 민간시설도 공습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제 이스라엘군은 사실상 이스라엘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기 전에 이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비영리 언론단체 '미들 이스트 모니터' 등에 따르면 주민들에 대한 대피 권고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집을 떠나 북쪽으로 이동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거기에는 "만약 헤즈볼라 무기가 있는 건물에 있다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헤즈볼라가 민가에 무기를 보관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며 헤즈볼라가 남부 레바논의 주택에서 원격 조종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만간 레바논 내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무기를 숨긴 건물이나 주택 근처에 있는 사람은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남부를 포함한 레바논 곳곳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주민 수천 명이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틀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탈출한 피란민들이 쏟아져 나왔고, 수도 베이루트로 향하는 주요 도로와 주유소가 막혔다.
유엔과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24일에 피란민 2만7천명이 임시 대피소에 자리를 잡았다. 임시 대피소에 가지 못한 다른 피란민들은 차 안이나 공원, 해변 등에서 잠을 잤다.
매슈 솔트마시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피란민)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라며 "민간인 피해는 용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 당국은 이틀간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한 사망자가 564명으로 늘었으며 부상자는 1천8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dylee@yna.co.kr
표적공습에 또…이번엔 헤즈볼라 미사일·로켓 사령관 제거/ 연합뉴스 (Yonhapnews)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