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11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가 공직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중 한 사람인 잡스와 해리스 부통령의 오랜 인연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사생활과 관련해 극도의 비밀주의를 고수했던 남편처럼 잡스도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그는 막후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잡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직 사퇴와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직 승계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참패한 뒤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 사이에서 확산한 후보 교체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바이든 필패론'의 근거로 사용된 여론조사 작업도 잡스의 지시로 착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후보 승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 등에 대해 잡스에게 비밀리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힘들 때 조언을 구할 상대로 잡스를 선택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것이다.
같은 피부과에 다닐 정도로 친밀한 두 사람의 우정은 지난 2003년에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는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출마했던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캠프에 500달러(약 66만4천 원)를 기부했고, 이후 우정이 깊어졌다.
잡스는 자신의 전용기로 해리스 부통령과 여행을 떠나기도 했고,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해리스 부통령이 남편 더그 엠호프와 결혼할 때는 잡스가 신부 측 하객으로 참석했고, 같은 해 잡스의 아들 결혼식에는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초대를 받았다.
이후에도 잡스는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주최하고, 미국 재계의 큰손들을 설득해 지지 성명을 준비하는 등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막후에서 움직였다.
이 같은 관계를 감안한다면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잡스가 정무직을 맡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110억 달러(약 14조6천억 원)의 자산을 지닌 잡스는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교육이나 기후변화 문제 등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잡스도 지난 2022년 언론 인터뷰에서 공직 진출 가능성에 대해 "그런 목표는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피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1980년대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 월가에서 일했던 잡스는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강연차 캠퍼스를 방문한 남편 잡스와 만나 1991년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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