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전면전 향해 한발짝…무차별 포화 속 중동 갈림길

입력 2024-09-25 10:54   수정 2024-09-25 11:46

이-헤즈볼라 전면전 향해 한발짝…무차별 포화 속 중동 갈림길
시리아·가자지구 공격도 지속…헤즈볼라도 반격
레바논 남부엔 피란 행렬…미국 이어 영국도 자국민에 "즉시 떠나라"
유엔서 각국 정상 이스라엘에 "자제" 촉구…레바논 "미국만이 바꿀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사흘째 이어가면서 중동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군사시설을 향해 로켓 수십발을 쏘면서 양측이 2006년 이후 18년만의 전면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23일 레바논 전역을 약 650차례 공습해 헤즈볼라 시설 1천600개를 타격한 데 이어 24일에도 동부 베카밸리와 남부의 여러 지역에서 로켓 발사대, 지휘통제센터, 무기고 등을 타격하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도 표적 공습을 벌였다.
이스라엘은 25일 새벽에도 베이루트 남부에서 20㎞가량 거리에 있는 해안 도시 인근 사디야트의 창고를 겨냥해 공습을 가하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고 AFP 통신이 레바논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이 '북쪽의 화살' 작전이라고 명명한 이번 대규모 공습으로 지난 23∼24일 어린이 50명, 여성 94명을 포함해 최소 564명이 숨지고 1천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이스라엘은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에도 공습을 가하는 등 헤즈볼라를 겨냥해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군 소식통들은 24일 로이터에 이스라엘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시리아 서부 항구도시 타르투스를 향해 발사돼 요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등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단체들과 이들이 시리아로 무기를 옮기는 것을 겨냥한 공습을 강화해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수뇌부 암살 작전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4일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단행해 헤즈볼라의 미사일·로켓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무함마드 쿠바이시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표적 공습을 통해 올해 7월 말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에 이어 지난 20일 헤즈볼라 2인자로 불리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습에 이스라엘 북부에서 피란한 6만5천명 정도가 귀가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이 주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의 일원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되자 하마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며 로켓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등 이스라엘과 무력으로 대치해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거세게 공격하는 와중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잇따라 공습을 가하는 등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내건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고삐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공세에 반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24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100개가 넘는 발사체가 날아왔다. 일부는 공중에서 격추됐으며 일부는 빈터에 떨어졌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헤즈볼라가 이란에 '이스라엘 타격'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4일 이스라엘과 서방 당국자를 인용,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그러나 현재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헤즈볼라의 핵심 지원자인 이란이 이번 사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동의 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이처럼 중동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미국과 영국 등 각국은 자국민에게 레바논을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24일 ABC방송에 나와 "미국인들이 떠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선택지가 아직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싶다"며 "이런 선택지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지금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같은 날 자국민에게 레바논을 즉시 떠나라고 촉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영국 정부는 대피 상황을 대비한 비상 계획의 하나로 700명의 군 병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중동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국제사회는 양측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에 모인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으로 가지 말라면서 자제를 촉구했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전면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한 뒤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경고하면서 "외교적 해결책은 아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 일반토의 개막 연설에서 "레바논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레바논 사람들, 이스라엘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은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5일 긴급회의를 열어 레바논 문제를 논의한다.
그러나 압달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강력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미국만이 중동과 레바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자국을 구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24일 레바논 남부에서는 수천 명이 피란에 나섰고, 2만7천명이 임시 대피소에 자리를 잡았다고 레바논 당국과 유엔을 인용해 전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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