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위스 의회도 1932년 우크라 대기근 '집단학살' 규정

입력 2024-09-25 23:27  

중립국 스위스 의회도 1932년 우크라 대기근 '집단학살' 규정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중립국 스위스 의회도 193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 대기근 '홀로도모르'를 구소련의 우크라이나 민족 집단학살로 인정했다.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의회에 따르면 전날 연방하원은 홀로도모르를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표결로 채택했다. 표결에서 찬성 123표, 반대 58표, 기권 7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어로 '기근을 통한 살해'를 의미하는 홀로도모르는 1932년과 1933년 당시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량 아사 참사를 가리킨다.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가 집권하던 구소련은 우크라이나에 새로 조성한 집단농장에서 곡물·가축뿐 아니라 종자까지 징발해 수백만 명이 굶어 숨졌다.
농장 집단화에 반발하던 농민들에 대한 구소련의 가혹한 응징과 사회통제가 초래한 참사라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홀로도모르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다시 부각됐다.
그해 말 독일 의회가 홀로도모르를 집단학살로 인정한 데 이어 유럽의회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해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의회에서도 홀로도모르를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표결에 앞서 중립국인만큼 홀로도모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우익 성향인 스위스 국민당 의원들은 굳이 중립성을 훼손해 가며 홀로도모르에 대해 평가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했다.
모니카 뤼거 국민당 하원의원은 "집단학살인지에 대한 평가는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재판소에서 내려야 할 사안"이라며 "재판소 평가 이전에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에 부친 결과 홀로도모르를 집단학살로 못 박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스위스 녹색당의 크리스틴 바데르셔 하원의원은 "이미 독립적인 많은 연구를 통해 규명된 홀로도모르에 대한 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이를 인정함으로써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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