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탄소 80%, 메탄 형태로 갇혀 있는 듯…화성 탐사 활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수십억 년 전 초기 화성을 둘러싸고 있던 대기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등 사라진 화성 대기 상당 부분이 점토로 덮인 지각 속에 갇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올리버 재구츠 교수팀은 26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초기 화성 지각의 암석과 지표면 물 및 이산화탄소 등의 반응을 분석, 대기 중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점토 속에 메탄 등 형태로 갇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수십억 년 전 화성 표면에 물이 흘렀다는 증거가 늘고 있으며 당시에는 물이 얼지 않도록 두꺼운 대기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35억년 전 물은 말라버렸고 대기는 사라져 아주 얇은 이산화탄소 흔적만 남았다. 대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46억년 화성 역사의 핵심적인 수수께끼 중 하나다.
연구팀은 앞서 2023년 지구 암석권 진화의 지질학적 과정과 상호작용 연구, 탄소 포집에 매우 효과적인 녹점토(smectite)라는 표면 점토 광물이 방대한 양의 탄소를 수십억 년 동안 안정적으로 저장, 지구의 냉각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구츠 교수는 이후 우연히 화성 표면 지도에서 표면 대부분이 녹점토 광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이 점토가 화성에서도 지구에서와 비슷하게 탄소 포집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나섰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화성 표면을 덮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녹점토 광물의 양을 고려할 때, 이 속에 저장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화성 초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총량의 약 80%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화성에 물이 존재했던 초기 10억년 동안 물과 함께 이산화탄소가 특정 유형의 암석 속으로 흘러내리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메탄 형태로 전환해 녹점토에 저장하는 느린 연쇄반응을 일어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성의 녹점토 형성 과정은 지구와는 매우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녹점토는 대륙판이 이동하고 융기해 맨틀의 암석이 지표면으로 올라오면서 형성됐지만 화성에는 그런 지각 활동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화성암이 지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토대로 만든 암석 화학 모델을 통해 철이 풍부한 감람석이 많이 포함된 화성암이 물에 오래 노출되면서 철의 산화반응으로 수소가 방출되고 수소가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메탄이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 반응이 계속되면서 감람석은 철이 풍부한 다른 암석인 사문석(serpentine)으로 천천히 변한 다음 물과 계속 반응해 녹점토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구츠 교수는 "화성 표면이 1천100m 깊이까지 녹점토 층으로 덮여 있다면 이 속에는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저장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점토 속에 저장된 탄소는 언젠가 회수돼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미래 임무를 위한 추진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Oliver Jagoutz et al., 'Olivine alteration and the loss of Mars' early atmospheric carbon', 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m8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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