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대응 위해 극단처방 했지만 건설사 신청 저조
업계 "매입가격 기준 조정해달라" 건의…국토부, 이달말 2차 신청 접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사 보유 토지를 최대 3조원 규모로 매입해주기로 했지만, 신청이 저조한 것은 물론 신청한 곳 역시 매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 말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지만, 건설경기가 나아지고 있어 나서는 건설사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26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건, 17만7천㎡ 규모 토지의 매각 의향이 접수됐다.
토지 기준가격으로는 535억원어치다.
LH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4월 위기설'이 돌자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최대 3조원 규모로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 토지 매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2조원 규모를 매입하기로 하고 1차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액이 매입 목표액의 2.7%에 그친 것이다.
그마저도 접수된 6건이 모두 심의 과정에서 매입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주택건설사업자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법에 따라 양도가 제한된 토지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라 매입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건설업계의 토지 매각 신청이 저조했던 것은 LH가 내건 매입 조건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과 함께 건설경기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어렵더라도 일단 토지를 갖고 있으면서 사업 시행을 해 본 뒤 나중에 파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H는 기업들로부터 토지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했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공공택지) 또는 공시지가(민간택지)의 90%로 뒀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브릿지론 이후 본 PF로 넘어가기 어렵거나 자금 마련이 시급한 기업의 토지로 뒀다. 올해 1월 3일 이전 소유권을 취득한 3천300㎡ 이상 토지여야 한다.
기업이 신청한 토지를 LH가 매입하는 토지매입방식(2조원 규모)과 LH가 약정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약속해두는 매입확약방식(1조원 규모)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LH의 토지 매입 가격이 낮아 매각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택지 매입 가격 기준을 감정가격의 90%로 조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공시가격 90%를 기준가격으로 역경매 입찰을 진행하면 실거래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설사가 토지를 재매입한 뒤 사업을 다시 추진할 때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허가 취소를 탄력적으로 적용해달라는 건의도 했다.
국토부는 토지 매입 기간, 절차 완화 등을 검토할 수는 있으나 가격 요건은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H는 이달 말 2차 토지 매입 공고를 내기로 했다. 신청 건에 대해 11월 매입 심의를 거쳐 연내 계약을 체결하는 일정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토지 매입 신청이 저조하다는 것은 시장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2차 매입 공고를 하겠지만 땅을 싸게 팔겠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LH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 매입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천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천200억원 규모) 두 차례 이뤄졌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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