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지상전 시사한 이스라엘, 2개 전선 감당가능할까

입력 2024-09-26 11:37   수정 2024-09-26 14:16

레바논 지상전 시사한 이스라엘, 2개 전선 감당가능할까
지상전 녹록지 않아…"헤즈볼라 군사력, 하마스보다 막강"
"이스라엘 병력 부족·전비 부담 가중"…2006년 실패 되풀이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지상전까지 시사하면서 중동의 포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것이지만 2개의 전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자구 전쟁에서 하마스 궤멸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이스라엘 사회와 경제의 전쟁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하마스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갖춘 헤즈볼라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과거 레바논을 침공했지만 헤즈볼라를 무력화하지 못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헤즈볼라 군사력, 하마스보다 월등…"전면전 땐 상응 대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25일(현지시간) 북부사령부 산하 7기갑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레바논 공습을 두고 "이는 여러분이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헤즈볼라를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대규모 전초기지를 갖춰놓은 마을에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레바논 침공을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이스라엘이 두 번째 전선을 펼치기에는 우호적인 여건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 병사들의 피로도 누적, 병력 부족, 경제 타격, 휴전과 인질 협상 교착에 대한 대중의 반발 등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가 큰 상황에서 확전은 큰 피해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인다면 하마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헤즈볼라는 하마스가 아니다"라며 훨씬 더 정교한 군사력을 갖춘 "국가 속의 국가"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병력은 3만명에서 5만명 사이로 추정된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올해 초 10만명 이상의 전투원과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12만~20만기의 로켓과 미사일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큰 군사자산으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꼽힌다. 사거리 250~300㎞인 정밀 미사일 1천500기를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수천기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이스라엘 병력 부족, 경제 하강 등 2개 전쟁 큰 부담"
이런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감행하려면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작전 능력이 월등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군사 분석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이스라엘 언론에 IDF가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에 약 29만5천명의 예비군을 동원했지만, 불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에서 다른 지역까지 포함해 715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이번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1948년 독립전쟁(약 10개월)보다 더 길다"며 헤즈볼라와 이란의 목표는 "이스라엘을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 초기부터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 단체들이 무인기(드론)와 로켓 등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해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을 분산시켰다.
이스라엘 경제가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미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전쟁을 벌이는 데 부담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제가 전쟁 초기 몇 달간 4.1% 위축됐으며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속도는 더디지만 이런 상항이 지속했다.
아미르 야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전쟁 비용이 2023~2025년 670억달러(약 8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의 13%에 육박하는 규모다.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전쟁이 이스라엘 경제와 사회에 파괴적"이라며 그 영향이 몇 년간 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레바논 침공으로 인명피해가 커지면 더 큰 국제사회의 비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최근 헤즈볼라를 겨냥해 융단 폭격을 감행하면서 레바논에서 5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해 이미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 "美 지원시 두개 전선 가능" vs "과거 지상전 실패 반복할 듯"
헤즈볼라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이 2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치를 수 있을지는 상당 부분 미국의 지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INSS의 헤즈볼라 전문가인 오르나 미즈라히는 "IDF(이스라엘군)가 미국으로부터 탄약을 받는다면 두 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헤즈볼라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더라도 헤즈볼라를 무력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2006년 헤즈볼라와 벌인 2차 레바논 전쟁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당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을 때 헤즈볼라는 국경지대에 전투를 대비한 터널을 만들어 놓고 대전차 미사일과 박격포로 이스라엘군 탱크와 보병부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이 2000년 레바논에서 철수한 이후 헤즈볼라가 조직을 정비하고 군사력을 증강해 맞선 것이다.
양측은 당시 약 한 달간 교전하다가 유엔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으며 이스라엘은 별다른 침공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가디언은 헤즈볼라가 2006년보다 훨씬 잘 무장돼 있고 수년간 시리아 내전에서 전투 경험을 쌓았으며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것이 임무인 전투원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편입돼 있다면서 이스라엘군의 과거 침공 사례를 볼 때 어떤 지상 침공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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