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 사모펀드, 중동 투자자들로부터 거액 받고 수익금 배분은 안 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사모펀드 회사가 중동 등 외국으로부터 투자 자금을 위탁받은 뒤 3년간 수익을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해외 투자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돼 백악관에 복귀할 것에 대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자금을 제공하는 통로로 이 사모펀드를 활용한 것이 아니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가 쿠슈너의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의 운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1억1천200만달러(1천488억원)가 넘는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슈너가 지난 2021년 설립한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같은 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30억달러(3조9천억원) 이상의 자금 위탁을 받았다.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 펀드'(PIF)가 20억달러(2조6천580억원)를 위탁했고 나머지 자금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폭스콘 설립자 궈타이밍 회장으로부터 나왔다.
미 상원 재무위가 어피니티 파트너스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이 회사가 위탁받은 30억 달러 중 다른 곳에 투자한 금액은 5억3천500만달러(7천110억원)였고, 현시점에서는 11억달러(1조4천600억원)로 늘었다.
사우디는 어피니티 파트너스에 투자 금액의 1.25%를 연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으며, 나머지 세 투자자도 1.25∼2%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받게 되는 수수료는 총 1억5천700만달러(2천86억원)이며 지난 7월 기준으로는 1억1천250만달러(1천495억원)다.
사우디가 내는 수수료만 따지면 올해 말까지는 총 8천700만달러(1천156억원), 지난 7월까지는 총 7천500만달러(996억원)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수수료를 거둬놓고 그간 투자 수익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상원 재무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민주·오리건)은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투자한 자본의 수익으로 돈을 버는 일반적인 사모펀드가 아니라, 외국 기관들이 쿠슈너에게 돈을 지불하는 경로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와이든 위원장은 "어피니티의 투자자들은 상업적인 고려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즉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딸 이방카에게 외국 정부 자금을 제공하는 기회라서 움직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와이든 위원장은 어피니티 파트너스와 해외 투자자들의 계약이 5년짜리이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두 번째 임기의 절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 계약을 연장할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지 아니면 재협상할지를 두고 트럼프 가족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와이든 위원장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가 어피니티를 통해 외국 정부로부터 수백만달러의 수수료를 계속 받게 하도록 하기 위해 국익에 반하는 외교 정책 결정을 내릴 동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쿠슈너 측은 상원 재무위의 이번 조사를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회사가 모든 연방법과 윤리 규정을 준수했으며 사모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일이 늦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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