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거른다" "알테쉬 좋은데"…中 편드는 댓글 수상쩍더라니

입력 2024-09-29 07:00   수정 2024-09-29 11:47

"한국산 거른다" "알테쉬 좋은데"…中 편드는 댓글 수상쩍더라니
김은영·홍석훈 교수팀, 기사 댓글 분석…한국 내 갈등 부추기고 비방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난 요즘은 원산지 보고 한국산은 무조건 거른다", "알리 서비스·품질은 좋은데, 안 좋다고 이 기사에 뜬 거 이해가 안 된다."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e-커머스 등 한중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서 중국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들이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이 작성하고 29일 공개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양국 경쟁 산업 분야 기사에 주기적이고 조직적으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댓글이 지속적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일부 중국인 의심 댓글러는 한중 기술·경쟁 분야에 관련된 기사에 특히 반응하고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았다"며 "일부 다른 댓글러는 그외 이슈에 한국 비하, 사회 분열 조장 등의 댓글을 달다가 한중 경쟁 산업 주제가 이슈화될 때 이에 댓글을 다는 경향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중국인 추정 댓글 행위자의 전체 댓글 히스토리를 분석해 이 같은 중국발 여론 선동 행태가 국민에 대한 '겁주기'(dismay), '갈라치기'(divide) 전술과 함께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버리기'(dismiss)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진단했다.



예를 들어 전기차 관련 기사 댓글 중에서는 "중국차도 품질이 좋아졌는데 현기차(현대차·기아) 누가 사냐?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돈 버는 거다.", "중국 거 한번 타봐야지.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봐라. 좀 긴장해야 된다" 등과 같은 '겁주기'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연구팀은 '중국 기술력의 우수함', '미국은 한국을 배신하거나 이용할 것', '한국 정부의 오판으로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을 상실하고 결국 한국 경제는 망할 것' 등의 겁주기 내러티브로 공포를 조장, 한국이 협력 대상으로 중국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현 정권은 친미·친일 정책으로 미일의 속국이 되고 있다'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정치 지형 갈등 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비판적인 시각의 보도를 게재한 신문사나 미디어에 대해서는 보도 내용(메시지)보다는 보도 매체(메신저) 자체를 비난하고 때리는 행태의 '버리기' 전략을 구사, 매체의 신뢰성·영향력을 훼손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인 의심 계정들은 한국 내 젠더·지역·정치 등의 갈등을 부추기는 내러티브를 확산하거나 한국을 비방 또는 비하하는 키워드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이하 알테쉬)으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한국 진출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제기된 가운데 현대차·기아를 비난하는 댓글을 단 중국인 의심 댓글러들이 중국 제품을 지지하고 한국 제품과 정책을 비난하는 댓글을 게시한 것도 다수 발견됐다.
이들은 "국내 업체의 가격 올리기에 지쳤다. 중국의 저가 제품을 활용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 "생활용품부터 전자제품, 자동차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이 메리트가 있다면 알리, 테무 등을 적극 도입 활용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밖에 배터리와 스마트폰, 반도체 등의 기술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솔직히 현대나 삼성보다 중국 업체가 더 앞서 나가는 것 같다"처럼 중국 기업을 옹호하고 중국 산업이 한국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편견을 형성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가 엿보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여론 선동 공작은 중국 관영·인터넷 매체의 유사 보도와 결합해 '팩트'로 인식되는 과정을 거치며 효과가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화웨이 제재 등 국제 이슈를 다룬 기사에서 중국인이 단 것으로 의심되는 댓글 내용이 중국 당국과 중국중앙TV(CCTV)의 내러티브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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