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죄, 한국 5년치 육박…유엔 "국제사회 지원 속 대응 절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갱단 준동에 극심한 치안 악화 상황을 겪고 있는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올해 벌써 3천6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아이티의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아이티에서는 갱단원의 폭력 탓에 사망, 부상, 납치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1월 이후 지금까지 최소 3천66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2018∼2022년 한국 살인 범죄발생 건수 합계(3천931건·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자료 기준)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대검은 살인 범죄에 살인 미수·예비·음모·방조까지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최근 5년간 실제 사망자 수는 아이티보다 더 적을 수 있다.
16페이지 분량 유엔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아이티에서는 약 60만명이 고향을 등지고 국내 다른 곳으로 이주한 국내 실향민이 됐다.
국내 실향민은 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통상적 거주지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국경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뜻한다.
같은 기간 부상자는 1천280명으로, 이중 어린이는 63명이었다. 또 25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893명은 납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그간 갱단 활동이 드물었던 서남부 지역에서도 심각한 폭력 및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는 갱단들이 무작위로 총격을 가해 주민을 사살하고, 갱단 정보를 알린 주민을 색출해 대낮에 살해한 사례, 시신 훼손 후 불태우기 등과 같은 상황도 담겼다.
남성 갱단원들은 여성 주민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며 전체 주민에게 공포감을 심는 경우도 있다고 유엔은 적시했다.
아이티 농업 중심지인 아르티보니트에서는 농부들이 3천㏊ 이상의 농지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천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아이티 인구 중 160만명가량이 비상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유엔은 보고 있다.
폴커 튀르크(59)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범죄 조직에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하려면 적절하고 충분한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현재 아이티에는 케냐 주도 다국적 경찰력이 현지 군·경과 함께 치안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윌리엄 루토(57) 케냐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내년 1월까지 2천500명 배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가르 르블랑(69) 아이티 과도위원장은 "다국적 경찰 작전을 유엔 평화유지 임무로 전환하는 안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고려해줄 것"을 촉구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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