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와 관련된 국내 온라인 기사나 게시물에 중국이 조직적인 댓글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연구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식의 댓글이라고 한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있어 간혹 비슷한 논란이 제기되곤 했지만, 전기차·배터리·e-커머스 등 한중 양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까지 조직적 댓글 조작을 통한 중국의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는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담긴 사례와 방법 등이 나와 있다. 이번 보고서는 작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네이버와 유튜브, 네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중 간의 경쟁산업 분야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분석을 통해 나왔다고 한다. 네이버 내에서 확보된 77개의 중국인 추정 계정을 분석한 결과, 이들 계정은 점조직으로 활동하면서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핵심 플레이어의 조율 하에서 국내 산업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댓글을 게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산은 무조건 거른다" 등 중국인 의심 댓글러들이 중국 제품을 지지하고 한국 제품과 정책을 비난하는 댓글을 게시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등의 한중 경쟁 산업 분야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적인 여론 선동 동향이 포착됐으며, 최근 폄훼 댓글 빈도가 증가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에 앞서 중국의 우월주의를 강조하거나 한국 내 지역·세대·남녀 갈등 등을 부추기는 댓글을 다는 중국 의심 계정들이 있다는 의혹이 과거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업체 등이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해 기사 형식의 콘텐츠를 국내에 무단 유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댓글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한 여론조작 가능성은 해외에서도 보도되곤 했다. CNN방송은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악성 온라인 게시물 등을 동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허위 정보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작년 11월 보도했다. 이번 국내 보고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등에 의한 온라인 여론조작 시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진실과 왜곡된 정보가 혼재하고, 그 전파의 속도나 범위는 전통적 소통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댓글이 여론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의사 결정 과정에도 적지 않게 관여한다. 이번 보고서 내용대로 한국 경제·산업을 겨냥한 중국 측의 여론 조작 정황이 있는지 우선 사실 확인부터 착수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만 맡기지 말고 당국 차원에서 나서기 바란다. 국내 거대 플랫폼 업체는 댓글 모니터링과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강화하고, 입법 조처가 필요하다면 정치권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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