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실업자 청년층서 가장 많이 늘어…"일자리 미스매치 장기화"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원희 기자 =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올해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쉬었음' 청년 증가세와 맞물리면서 고용시장의 활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년층 장기실업·쉬었음 증가세의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뚜렷한 해법은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장기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계속되면 윤석열 정부의 '역동경제'도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 올해 늘어난 '장기 백수' 절반은 청년층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월평균 9만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48명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이 2만9천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1천177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 장기 실업자가 전체의 55.7%를 차지한 셈이다.
장기 실업자는 청년층이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1∼8월 청년층 장기실업자는 지난해보다 4천854명 늘며 모든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장기 실업자 전체 증가분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청년 장기 실업자가 늘면서 전체 장기 실업자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6%에서 32.4%로 상승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장기 '쉬었음' 청년도 올해 들어 증가세다.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집에서 그냥 쉰 청년은 5월 기준으로 2021년 9만6천명에서 2022년 8만4천명, 2023년 8만명으로 점차 감소하다 올해 8만2천명으로 늘며 증가 전환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5만4천명), 2019년(6만4천명)과 비교하면 절댓값으로도 여전히 많은 숫자다.
'쉬었음'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올해 5월 이후 넉 달째 1년 전과 비교해 매달 0.2∼0.8%p(포인트)씩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해 들어 청년층 장기실업자와 장기 '쉬었음'의 증가세는 청년층 인구가 줄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1∼8월 청년층 인구는 819만1천명으로 지난해(842만4천명)보다 23만3천명 줄었다.
◇ 양질 일자리 부족→청년 단순직 증가→소비 감소
청년층 '장기 실업'과 '쉬었음'은 모두 '일자리 미스매치'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장기실업자 중 이전 직장을 중도에 그만둔 사유를 보면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 불만족'(24.7%)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주된 이유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 꼽힌다.
최근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반면 팬데믹 이후 플랫폼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배달 라이더로 대표되는 단순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 중 계약기간 1년 이하의 임금직이었던 청년은 전체의 31.4%로 관련 통계가 공표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10년 전인 2014년 5월(19.5%)과 비교하면 비중은 11.9%p나 높다.
불안한 청년 고용은 소비를 제약하면서 내수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 '빅데이터 활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지난해 3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뒤 올해 8월까지 -9~-10% 수준을 맴돌고 있다.
장기 실업자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직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송상윤 과장과 김하은 조사역이 2021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 기간이 1개월 증가하면 취업 확률을 1.5%p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청년층 장기 실업자가 늘고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역동 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저성장이 고착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안 좋다 보니 일자리 미스매치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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