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가 군사 요새화한 지역서 지상전 시작
오랜 갈등 끝에 경계선 설정됐지만…평화유지군 무력화
"이스라엘 장기전 끌려갈수도"…레바논 "헤즈볼라 뒤로 빼겠다" 외교해결 시사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을 넘어 제한적 지상전을 전개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헤즈볼라가 진지를 구축한 국경 지대가 양측의 전면전을 촉발할 '뇌관'으로 지목됐다.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공군력을 자랑하지만, 레바논과 맞댄 국경은 '세계 최강의 비정규군'이라는 평가받는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안방'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는 이스라엘이 건국한 이래 무력 충돌과 포화가 끊이지 않은 곳이다.
이스라엘이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하고 이를 계기로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라는 대(對)이스라엘 저항조직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무력 공방은 한층 심해졌다.
헤즈볼라의 성장으로 이스라엘은 2000년 유엔이 설정한 경계선인 '블루라인'(Blue Line) 뒤로 군대를 철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2006년 병사 2명이 헤즈볼라에게 납치되자 국경으로 여겨지는 블루라인을 넘어 레바논에 다시 병력을 투입했다.
34일간 이어진 전쟁으로 레바논에서는 1천200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 측에서는 민간인 49명과 군인 12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초기 전투에서 헤즈볼라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엔은 당시 두 나라의 전쟁 종식을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 1701호를 채택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레바논 리타니 강 이남에는 헤즈볼라를 제외한 레바논군과 레바논 지역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주둔한다는 내용이었다.
결의안에 따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국경에서 30㎞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의 결의안 이행을 신뢰하지 않았고, 국경에서 목격되는 위반행위를 고발하며 비난전에 열을 올렸다.
이스라엘은 국경에 헤즈볼라의 정예 특수부대인 라드완이 계속 주둔 중이며, 헤즈볼라가 국경지대의 환경단체를 이용해 이스라엘군을 감시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은 분쟁이 없는데도 이스라엘의 전투기와 해군 함정이 레바논 영토로 들어온다고 항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도 약화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에 국경 북부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양측의 무력 공방은 중동 전면전 우려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의 연대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 무인기를 발사했고, 이스라엘도 이에 공습으로 대항하면서 국경 전투는 1년간 긴장의 수위를 높이면서 확대됐다.
양측의 충돌로 이스라엘 북부 주민 6만명과 레바논 남부 주민 10만명이 집을 떠나 피란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전날 국경 지대를 군사제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상군 투입 준비를 마치자 레바논 정부는 일단 접경지 여러 곳에서 정규군을 철수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국경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2006년에 만들어진 결의안 1701호를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전력을 후방으로 빼고 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현재의 군사적 긴장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상 공격을 원한다면 저항 세력은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스라엘군은 중동의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지상전을 실시하면서도 '제한적, 국지적'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도 이스라엘이 국경 근저에서 헤즈볼라의 군사 인프라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 후에 병력을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제한적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군은 헤즈볼라 전투원들이 잘 알고 있는 지형에서 장기 전투에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후 레바논 국경 인접 마을을 요새화했고, 지하에 터널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대부분이 시아파인 국경 주민들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는 "(지상전으로 인해) 이란과 직접 충돌할 위험도 커질 것"이라며 "이란은 수년간 헤즈볼라의 역량을 구축해왔고, 헤즈볼라를 이스라엘과의 싸움을 뒷받침하는 저항의 축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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