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취임 첫날 트럼프 치켜세우고 중러 '맹공'

입력 2024-10-02 00:00   수정 2024-10-02 00:09

나토 수장, 취임 첫날 트럼프 치켜세우고 중러 '맹공'
"트럼프, 방위비·中위협 선견지명"…'균열 우려' 선제 차단
거침없는 답변, 농담 곁들여 '적임자' 우회 과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취임 첫날부터 이른바 '트럼프발(發) 대서양 동맹 균열' 우려를 차단하는 데 공을 들였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공개 비판하면서 날을 세웠다.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뤼터 사무총장이 취재진으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에 관한 것이었다.
미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뤼터호'가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회원국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연히 이를 예상했을 뤼터 사무총장은 취재진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미국 대선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부터 문제 삼은 유럽 회원국의 저조한 방위비 지출 관련 방위비 목표치(각국 GDP의 2%)를 이행한 나라가 2014년 3개국에서 현재 23개국으로 늘었다며 "트럼프가 밀어붙인 덕분에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가 중국에 대해 과거에 비해 강경해진 것과 관련해서도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또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처음 얘기했을 때만 해도 모든 이가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위험에 대해 인식했던 건 아니다"라며 "나는 그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본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푸틴 저격수'라는 자신의 별칭답게 강경하고 단호한 어조로 "푸틴은 우리가 굴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네덜란드 총리 시절 대응을 진두지휘한 10년 전 '여객기 격추 사건'을 거론하며 "현재의 전쟁은 우크라이나 최전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2014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발사된 러시아산 부크 미사일에 격추된 일이다. 당시 희생자 298명 가운데 196명이 네덜란드인이었다.
중국을 향해서는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한 7월 나토 정상회의 합의를 상기하면서 중국의 러시아 이중용도 제품 지원, 제재 우회 등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을 17∼18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에 초청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국가와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쏟아지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하는가 하면 크렘린궁이 이날 뤼터 취임에 대해 '나토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논평한 것을 두고는 "크렘린궁이 (나토에) 훌륭한 취재원을 둔 것 같다"고 농담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정세 격변 시기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우회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나토의 한 관계자는 "이곳에 근무하면서 여러 명의 사무총장 이·취임식을 봤지만 이번이 가장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유럽이 체감하는 나토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 만에 사령탑 교체라는 대형 이벤트가 열린 이날 나토 본부에는 유럽 각국에서 집결한 100여개 매체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이임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사무총장은 직원 수백명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나토 본부를 떠났다.
총 네 차례 임기가 연장돼 10년간 나토를 이끈 노르웨이 출신의 스톨텐베르그는 1971∼1984년 재임한 조지프 륀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장수 사무총장으로 기록됐다. 그는 여러 위기에서 나토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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