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품가격↓ 충전속도↑…현대모비스, 전동화 신기술 '동시개발'

입력 2024-10-03 13:00  

[르포] 부품가격↓ 충전속도↑…현대모비스, 전동화 신기술 '동시개발'
언론 초청 R&D 테크데이…모빌리티 신기술 65종 선봬
구동·배터리·전력 변환 3대 분야 집중…"캐즘에도 R&D 역량 강화"
'차세대 기술 거점'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



(의왕=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이 부품이 바로 전기차의 변압기 역할을 하는 인덕터인데요, 여기 들어가는 원통 모양의 코어가 매우 희소한 니켈을 혼합한 금속 분말로 만들어져 전기차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됐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세계 최초로 니켈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 인덕터 코어를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 2일 경기 의왕시 현대모비스 의왕연구소 내 전동화 연구동에서 만난 구도현 현대모비스 금속전장재료팀 책임연구원이 '인덕터용 니켈 프리 금속 분말 코어'를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니켈 함유량을 기존 50%에서 30%로 줄인 인덕터용 신소재를 상용화한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희소 금속 의존도를 낮춰 원가 상승 리스크를 줄이고 부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국내 주요 언론사를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에서 열린 '2024 연구개발(R&D) 테크데이'에 초청해 향후 2∼3년 내 시판 차량에 적용할 전동화, 전장, 안전, 섀시 등 부문의 모빌리티 신기술 65종을 선보였다.
이 중에는 '니켈 프리 코어'를 비롯해 현대모비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 15종도 포함됐다.
테크데이는 현대모비스가 기존에 고객사를 대상으로 2년마다 R&D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열어 온 행사다.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4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행사는 언론에도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현대모비스 관계자가 전했다.
테크데이의 주제는 '영감의 집합'(Collective Inspiration)이다. 연구개발 대상인 모든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모빌리티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행사에서는 현대모비스가 특히 역량을 모으는 전동화 부문 부품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핵심 부품을 구동 시스템과 배터리 시스템, 전력 변환 시스템 등 3대 분야로 구분해 각각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구동 시스템 중에서는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통합한 '3-in-1 시스템', 배터리 시스템 중에서는 열관리 안정화 기술, 전력 변환 시스템 중에서는 전기차 충전용 통신 제어장치인 EVCC를 통합한 차세대 통합충전제어장치(ICCU)가 현대모비스가 중점을 두고 개발하는 기술이다.
지난 2011년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 시스템, 모터 등 개발에 성공한 이래 전동화 단위 부품 위주로 만들던 데서 발전해 전동화 시스템까지 직접 개발·양산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로보틱스 등에도 특화된 전동화 설루션을 통해 업계를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의 초고속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22㎾(킬로와트) 양방향 ICCU' 부품이 주목받았다. 이를 장착하면 일반적으로 쓰이는 11㎾ ICCU에 비해 충전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진다. 이 제품은 내년 말부터 양산될 전망이다.
금문환 현대모비스 컨버터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충전 효율을 좌우하는 전력 밀도를 높이고, 자체 개발한 3병렬 전력 회로를 채택했다"며 "전기차 배터리를 전자제품의 전원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V2L 기술과도 연계돼 활용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전동화 사업에서만 매출 12조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또 전동화와 핵심 부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3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영국 전동화 엔지니어링 실장(상무)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왔지만, 2∼3년 안에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연구진 650여명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번 R&D 테크데이에도 독일과 일본 완성차 브랜드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가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저희 기술을 선보이면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급 인사도 많이 방문하는 등 지난 4∼5년 사이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부품 경쟁력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자율주행·주차지원 시스템을 비롯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편의를 높이는 전장 부품 21종도 볼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시야각 제어 기술을 탑재한 '스위처블 프라이버시 모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었다. 동승석에서 영상을 시청할 때 운전석에서는 검은 화면만 보이도록 해 운전 중 주의 분산을 방지한다. 동승자의 편의를 챙기면서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술로 다가왔다.



R&D 테크데이가 열린 의왕연구소 전동화 연구동은 현대모비스가 국내에 분산됐던 관련 인력과 역량을 모아 지난해 12월 출범한 혁신 거점으로, 전동화 핵심 부품 설계부터 개발, 양산 품질 확보를 위한 종합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 수주와 차세대 전동화 기술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전동화 분야 중추 기지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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