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목전 '민주화 요구 학생 대학살'…멕시코, 국가책임 인정

입력 2024-10-03 01:49  

올림픽 목전 '민주화 요구 학생 대학살'…멕시코, 국가책임 인정
셰인바움 대통령, 취임 첫 행보로 공개 사과…1968년 당시 수백명 사망 추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정부가 '20세기 멕시코 최악의 정치적 참극'으로 꼽히는 1968년 학생 시위대 학살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취임 첫 정례 아침 기자회견에서 "56년 전 오늘 멕시코시티 틀라텔롤코 지역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대학생들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일이 있었다"며 "이는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로서, 우리 정부는 오늘 이 사건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968년 10월 2일 사건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책임을 명문화한 공식 문서에 서명했다. 해당 문서는 관보에 게시된다.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내무부 장관은 "이 반인도적 범죄는 공권력에 의해 고안, 실행, 은폐됐다"며 "이런 이유로 멕시코 국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희생된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10.2 대학살' 혹은 '틀라텔롤코 집단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멕시코 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1968년 10월 2일 일어났다.
대학생들은 당시 제도혁명당(PRI)의 장기 집권에 따른 부정부패를 규탄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는데,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대외 이미지 개선을 노렸던 구스타보 디아스 오르다스(1911∼1979) 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짓밟았다.
저격수를 동원한 군의 발포로 당시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대학생 단체와 인권단체는 추산했다. 당국은 그러나 사망자를 38명으로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관련 증거를 철저하게 은폐한 탓에, 아직도 정확한 사망자 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멕시코 민주화 운동과 정치 변혁 필요성을 웅변하는 상징으로 남아 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도 틀라텔롤코 사건에 대해 국가수반으로서 피해자에게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학교수였던 제 어머니도 당시 민주화 운동 대학생들을 돕다가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가족사를 공유하며,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국가의 민주적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그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정례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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