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시간 얼마 없어"…황준국 유엔대사 "안보리 심판의 시간, 행동 나서야"
美대사 "이란, 추가 도발 말라" 경고…이란 대사 "적법한 자위권 행사였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한 다음날인 2일(현지시간) 긴급히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중동 지역의 분쟁 격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보리 이사국인 한국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유엔 대사도 상황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안보리가 당장 중요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 일로에 놓인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 브리퍼로 참석해 "죽음을 부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며 "시간이 얼마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발생한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중동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는 분쟁 격화의 끔찍한 순환을 당장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황준국 대사도 분쟁 격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구테흐스 총장의 연설에 공감을 표하면서 "안보리가 심판에 순간에 놓여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는 다른 분쟁과 달리 수많은 국가가 휘말릴 우려가 있고 지리적 한계가 불분명해 국제정치, 경제, 나아가 인류 전체에까지 미칠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안보리는 이제 단결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안보리 회원국들을 향해 "안보리가 단결해 긴장 완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 행동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이었다"고 강조한 뒤 "분명히 말한다. 이란 정권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이란과 그 대리인들에게 미국을 겨냥해 또는 이스라엘을 추가로 겨냥해 행동에 나서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안보리 구성원으로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테러 행위를 지원하고 수많은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것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가할 공동의 책임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반면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대사는 이란이 최근 몇 달간 이스라엘의 도발 행위에 특별한 자제력을 발휘해왔다며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처럼, 레바논과 가자, 시리아, 예멘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발생한 것처럼 다룰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분쟁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도 상대국에 분쟁 격화의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미국 등 서방국가는 이스라엘의 침략적인 테러리스트 정권에 전례 없는 면책 특권을 부여해왔다"고 비난하며 "추가 확전을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명확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라바니 대사는 전날 안보리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에 맞선 대응 조치로 이스라엘의 군사 및 안보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사실을 알렸다며 전날 미사일 공격이 유엔 헌장에 따른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의 자위권 행사 주장을 반박했다.
다논 대사는 이날 안보리 전 약식 회견에서 "이란의 공격은 민간 시설을 향한 계산된 공격이었다"며 "이스라엘은 이 같은 공격을 참지 않을 것이며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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