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통부장관, F1·EPL 관람권 받고 재벌 전용기 이용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재임 기간 수천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싱가포르의 전직 장관이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 장관급 인사가 부패 범죄로 수감되는 것은 49년 만에 처음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원은 이날 S. 이스와란(62) 전 교통부 장관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스와란 전 장관은 지난주 업무상 관련된 인물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받은 혐의 4건과 사법 방해 혐의 1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징역 6∼7개월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구형량 이상의 형량을 선고했다.
빈센트 훙 판사는 "피고인 범죄의 심각성과 그가 대중의 신뢰에 미친 영향을 고려하면 검찰 구형량이 명백히 불충분하다"며 "(이를) 초과하는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고위직은 금전적 이익에 영향받기 쉽다는 인식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와란 전 장관은 재임 기간 말레이시아 부동산 재벌 옹벵셍과 사업가 럼콕셍에게 7만4천 싱가포르달러(약 7천6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고 관련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가 받은 선물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뮬러원(F1) 자동차 경주대회 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경기 표, 런던 뮤지컬 표, 와인, 위스키, 고급 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그는 옹벵셍의 전용기를 이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스와란 전 장관은 지난 13년간 통신정보부·통상산업부 등 장관직을 거치면서 내각 각료로 일하다가 지난 1월 기소된 직후 물러났다.
그는 당초 총 40만 싱가포르달러(약 4억1천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아 모두 35건의 범죄 사실로 기소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중 가장 확실한 5건의 공소를 유지해 실형 판결을 받아냈다.
검찰은 나머지 30건의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구형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이스와란 전 장관은 1975년 부패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위툰분(1929∼2013) 전 환경부 장관 이후 싱가포르 전직 장관급 인사의 첫 실형 사례가 됐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이 고액의 급여를 받으면서 청렴하고 유능하다는 자부심을 가진 싱가포르에 충격을 몰고 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작년 1월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 결과 싱가포르는 180개 국가 중에서 국가청렴도 5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한다. 장관의 경우 대개 연봉이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10억3천만원)를 넘는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