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개미, 대멸종 동식물 잔해 속에서 번성한 곰팡이 먹이로 이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개미가 식량용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소행성 충돌과 화산 폭발 등으로 대멸종이 일어나고 먼지가 햇빛을 가려 식물이 장기간 광합성을 못 하게 된 6천600만년 전부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개미 큐레이터인 테드 슐츠 박사팀은 4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곰팡이와 개미 수백 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 개미가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를 정확히 파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슐츠 박사는 소행성 충돌은 전 세계 동식물의 대멸종을 초래했지만, 그로 인한 햇빛이 차단되면서 곰팡이가 번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도 만들었다며 개미는 이때부터 균류를 재배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에는 곰팡이를 재배하는 개미 약 25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자기 몸보다 크게 자른 나뭇잎을 줄지어 옮기는 것으로 유명한 잎꾼개미(Atta cephalotes)는 고등 농업 개미로 유명하다.
농사짓는 개미들은 여러 계통의 곰팡이를 재배하지만, 곰팡이 품종 관계가 거의 밝혀져 있지 않아 곰팡이와 개미의 공진화 역사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35년 동안 개미와 곰팡이의 진화적 관계를 연구해온 슐츠 박사는 이 연구에서 중남미에서 수집한 곰팡이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 두 그룹의 진화 계통도를 만들었다. 분석 대상에는 개미가 재배하는 곰팡이 288종과 곰팡이를 재배하는 개미 208종이 포함됐다.
동식물 게놈(유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부터 유래해 진화 과정 내내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초보존 요소(UCE : ultraconserved element)를 분석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연구팀이 곰팡이와 개미의 진화 계통도를 결합하고 야생 곰팡이와 개미가 재배하는 곰팡이의 게놈을 비교한 결과 개미가 처음 특정 곰팡이를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는 소행성 충돌로 대멸종이 일어난 6천600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로 동식물이 대량 멸종했지만, 곰팡이가 번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도 만들어졌다며 혁신적인 개미들이 이때부터 곰팡이 재배를 시작해 긴밀한 진화적 동반자 관계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먼지와 파편이 햇빛을 차단해 수년 동안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서 지구상 식물 종의 절반이 사라졌지만, 땅에 널려 있는 수많은 죽은 식물들이 곰팡이가 더 잘 증식할 수 있는 재료가 됐다는 것이다.
개미와 곰팡이의 공생관계는 4천만년 간 진화를 거듭해 기후가 급격히 냉각된 2천700만년 전에는 남아메리카 곳곳에 생겨난 사바나 같은 건조한 지역에서 현재 잎꾼개미가 재배하는 것처럼 생존을 개미에게 의존하는 곰팡이까지 등장했다.
슐츠 박사는 "개미는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1만2천년 전보다 수천만년 더 일찍 인간이 농작물을 길들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곰팡이들을 길들였다"며 "6천600만년 동안 이어진 개미의 농업적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Ted R. Schultz et al., 'The coevolution of fungus-ant agriculture',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n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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