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FT 위성 레이더 분석 "나스랄라 폭사한 지하벙커는 흔적만"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융단 폭격에 레바논 전역이 광범위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위성 레이더 분석 결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레바논에서 모두 3천100여개 건물이 폭격으로 부서지거나 훼손됐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1천336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추산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이미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를 넘어 최근 30년 동안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된 상황이다.
지난 2주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타격한 목표물은 모두 4천600개이며, 하루에 1천개 이상 목표를 노린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은 2017년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나섰던 미군의 고강도 공습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은 하루 최대 5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는데, 그로 인해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는 전반적인 미군 정책 재검토로까지 이어졌다.
교전이 진행 중인 만큼 아직 구체적인 인명 피해 상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지난달 23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553명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인이라는 것이 레바논 당국의 발표다.
신문은 특히 이스라엘의 공습이 주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남부 국경과 동부의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일대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분석 결과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는 수십여개 마을에 걸쳐 모두 최소 530개 건물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격으로는 국경 지대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레바논 농업의 중심지인 베카밸리 일대의 피해도 컸다. 레이더 자료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서도 최소 210개의 건물이 훼손됐다.
베카밸리는 헤즈볼라의 무기 저장고로 지목돼 온 지역 가운데 하나며, 이번 공습 목표물에도 이 같은 무기고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 베이루트의 경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남부 외곽의 다히예를 중심으로 폭격이 집중됐다.
나스랄라를 비롯해 헤즈볼라 지도부가 모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다히예의 지하벙커 인근에 미사일 공격에 따른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잡혔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확인됐다.
지난 2주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다히예에서만 모두 380개 건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루트 전체적으로는 630여개 건물이 파괴됐다.
분쟁감시그룹 에어워즈의 에밀리 트립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타격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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