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전쟁도 덮치나"…이스라엘과 긴장 고조에 떠는 이란인

입력 2024-10-04 16:35  

"경제난에 전쟁도 덮치나"…이스라엘과 긴장 고조에 떠는 이란인
전쟁 두려움과 공습 자부심 공존…체제 변화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공언하면서 전면전 발발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서방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어온 이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쟁은 곧 파멸'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국군이 이스라엘의 도발에 응당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탄도미사일 공격 이후 이란 내부에서 이처럼 자부심과 불안, 공포가 뒤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공습이 시작된 지 수 분 만에 이란의 소셜미디어 피드는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 영상으로 가득 찼다.
이란 국영방송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환호하며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영상을 내보냈다.
온라인에 등장한 한 영상에서는 젊은 여성이 "하메네이 만세! 혁명수비대 만세!"라고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BBC는 이란의 현 체제를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이번 공습이 자랑스러운 반격의 순간이었지만, 온라인상에는 사뭇 다른 반응도 나왔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공습을 '큰 실수'로 규정하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자 오랜 앙숙이었던 양국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란 사회를 휘감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시민들은 이미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에 따른 불만은 이미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대선에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꼽혔던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을 꺾고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당선되는 결과로 표출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민간의 삶을 더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내 개혁운동에 대한 탄압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국민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갈등 악화가 개혁에 대한 요구를 약화하고 정부가 반대 여론을 탄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NYT도 이란 내 여러 도시에 사는 다양한 정치 성향을 지닌 이란인 남녀 10여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이스라엘이나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지도, 지지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 인터뷰에서 이들은 미국의 제재에 따른 끔찍한 경제 상황과 국내 부정부패, 억압으로 이미 힘든 삶을 살고 있으며 전쟁은 이런 어려움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토로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엔지니어는 "내가 아는 누구도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지 않으며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평범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보복을 우려해 성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그는 테헤란을 떠나야 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 가방을 챙겨둔 상태라고 했다.
정권이 국경 밖의 대의를 위해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에 빠트렸다는 분노도 터져 나왔다.
이란 북부 라슈트에 거주하는 마한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란과 그 대리인들이 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요즘 내가 아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절박한 감정은 전쟁에 대한 공포"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상에도 '전쟁은 안 된다'거나 '좋은 전쟁은 없다, 이란을 파멸시키지 말라'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경제에서 중요한 석유 인프라를 겨냥해 보복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현지 주민들이 주유소에서 줄을 서서 차량에 기름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태를 촉발한 체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BBC 페르시안 시청자는 "이란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현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서방이 이란인들의 내부 투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개혁파에 가까운 저명한 사회학자인 하미드레자 잘레이푸르는 "이스라엘은 계속 전진할 것이기 때문에 때리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며 전쟁이 발발하면 대부분의 이란인은 분열을 제쳐두고 국기 아래 모여 나라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일 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이란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 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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